보건당국, 신생아 집단폐렴 실태 점검 형식적 2년전에도 솜방망이 처벌… 뒤늦게 역학 조사

천안의 한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신생아들이 집단 폐렴에 걸리면서 보건당국의 위생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가 불거진 T산후조리원은 2년 전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명의만 변경한 채 그대로 운영, 행정 처분을 피해온 점도 드러나면서 보건당국의 봐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조리원은 현재 남은 입소자를 퇴소시키고 입소자를 받지 않고 있다.

5일 천안 서북구보건소 등 보건당국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등은 매년 상·하반기에 두 차례 위생점검을 시행한다. 위생점검은 조리원 내 소독 및 위생 상태와 종사자 현황, 급식시설 점검 등 실태 조사로 진행된다. 그러나 2013년에도 해당 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집단으로 폐렴에 걸렸는데도 이후 면밀한 위생 점검이나 행정처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의 미온적 대처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제 서북구보건소는 지난 1월-2월 초에 입소한 산모들이 조리원의 위생 상태와 RS바이러스 여부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는 신고에 지난 달 25일과 26일 점검에 나섰지만 둘러보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산모들의 주장이다.

해당 조리원에 입소했다 아이가 RS바이러스 감염 확진을 받은 산모 A씨는 "엄마들이 보건소로 신고를 하니 지난 달 25일에 점검을 나왔는데 서류만 보고 돌아갔다"면서 "그게 무슨 위생 점검이냐. 전염성이 강한 RS바이러스 증세를 보이는데도 아무런 대처도 안한 조리원 측에 일말의 경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건당국은 2013년에 해당 조리원 대표가 명의를 바꾼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후속조치 조차 취하지 않았다. 해당 조리원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대표 명의자를 바꾸면 행정처분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는데도 수수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자보건법에 의거해 조리원의 위생 상태 등이 불량하면 1차 시정 명령을 내린 후 1년 안에 재발하면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서북구보건소에서 과태료만 무는 수준에서 종결하면서 알고도 봐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서북구보건소는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 4일 부랴부랴 충남 보건환경연구원에 위생점검 및 RS바이러스 역학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아이가 모세기관지염에 걸린 또다른 산모는 "조리원이 이달 중순 다시 입소자를 받는다는 얘기가 산모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또다른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다른 산모들과 집단 행동에 나설 예정"보건당국의 강한 처분을 주문했다.

서북구 보건소 관계자는 "조리원 내에 RS바이러스가 있는지 여부와 조리원 소독 등이 철저히 지켜졌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RS바이러스는 위생 상태가 불량할 때 면역력이 약한 1세 미만 신생아들이 주로 걸리며 콧물, 발열, 기침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들을 유발하게 되고 흔히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키게 된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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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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