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어 RS바이러스 13명 확진 판정

천안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집단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 부모들이 보건당국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산후조리원은 2년 전에도 무더기로 신생아들이 집단 폐렴과 감기에 걸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쏠리고 있다.

실제 2013년에 같은 상황이 있었는데도 보건당국에서는 신생아를 병원에 이송했다는 이송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데에 따른 과태료만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천안시 서북구보건소와 산후조리원에 입소한 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 1월-2월 사이에 천안 서북구 두정동에 있는 T산후조리원에 입소한 신생아 13명이 호흡기 질환인 RS 바이러스와 모세기관지염 폐렴에 걸린 것으로 확진됐다.

이들 신생아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일부는 증세가 심각해 종합병원 신생아 격리실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부모들은 해당 조리원이 신생아들의 증세를 보고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산모 A씨는 "지난 달 12일에 조리원에 입소했는데 아이가 청색증 무호흡 증상을 보이고 경련까지 있었는데도 조리원에서는 괜찮다고만 했다"면서 "결국 22일에 응급실로 이송된 후 RS바이러스 판정이 나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산모 B씨는 "지난 8일에 입소했는데 나흘 쯤 지나서 아이가 폐렴 증상을 보였는데 18일 저녁 응급실로 이송돼 모세기관지염 폐렴 확진을 받았다"면서 "300만원 가까운 입소비를 냈는데 얻은 건 아이 폐렴이었다"고 말했다.

조리원 측에서는 일부 산모가 병원에서 RS바이러스 확진을 받은 후 항의하자 퇴소를 권고해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산모 C씨는 "종합병원에서 RS 바이러스 확진을 받은 후 조리원 원장에게 강하게 항의하자 오히려 발뺌하며 산모 탓을 했다"면서 "이후에 문제가 될 것 같으니 RS바이러스에 걸린 신생아 산모들을 일대일로 불러서 조기 퇴소를 시켰다"고 말했다.

조리원의 위생 상태에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조리원 원장이 사복을 입은 채 신생아 입원실을 회진하거나 소독제가 청결유지가 되지 않은 채 수유실에 비치돼 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의 미온적 대응에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6일에서야 조리원에서 보건소로 보고 후 기관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함께 퇴소한 산모를 제외한 채 현재 조리원에 입소해있는 4명만 RS바이러스 등 확인 대상으로 좁혀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그런데다 보건소 자체 점검에 나서도 조리원 위생 상태 등을 역학관계를 정밀히 분석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상위기관 등에 의뢰를 해야 하는 처지다. 보건소 관계자는 "4일 중으로 기관점검에 나선다는 공문을 조리원 측에 보낼 예정이며 행정처분은 점검 후 시에서 내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조리원 측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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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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