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기념관 관리 소홀 10년째 먼지만 수북

기념관 내 기념물을 파는 곳이 문을 닫은 채 흰 천으로 덮여있다.  강은선 기자
기념관 내 기념물을 파는 곳이 문을 닫은 채 흰 천으로 덮여있다. 강은선 기자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독립운동의 성지라 불리는 천안시는 정작 독립운동가 추모 기념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유관순열사기념관은 개관 이후 10년 넘게 방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 및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절을 앞두고 지난 24일 찾은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유관순열사기념관은 입구부터 텅빈 문화해설사와 안내원 자리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기념관 내 안내판에 비치된 안내 책자는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제각각 흩어져있는데다 먼지도 쌓여있었다. 그마저도 영문판은 몇 장 되지도 않아 관리가 소홀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유관순 열사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2003년 4월 1일 개관한 기념관은 면적 542.7㎡ 규모로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조성됐으며 전시물과 영상전시실, 영상실, 체험공간 등으로 마련됐다. 유관순열사의 수형자 기록표, 호적 등본, 재판기록문 등 관련 전시물과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한 디오라마, 재판 과정을 담은 매직 비젼 등 열사의 출생에서 순국까지의 일대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 사적관리소에 따르면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은 초·중등 학생 등이 대부분이며 일반 관람객까지 포함, 연간 22만 명 정도다. 예산은 시설물 관리 및 운영비 등으로 연간 5억 원이 투입된다.

그러나 10년 넘게 운영되면서도 리모델링이나 시대 흐름에 맞춘 기념관 재구성 등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매년 2월과 9월에 유관순 열사의 희생을 기리는 아우내봉화제와 추모제를 개최하면서도 정작 유관순 열사의 얼을 서리는 콘텐츠 관리에는 무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기념관 내 기념물을 파는 곳은 문 닫은 채 흰 천으로 덮여있어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연출하고 있다. 기념물 코너를 맡은 민간위탁자가 사정이 생기면서 운영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념관 밖 휴게소 역시 유관순 열사와는 연관없는 기념품을 팔고 있는데도 시에서는 민간에 위탁했다는 이유로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관리 및 운영이 이원화된 것도 안일한 관리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념관의 전반적인 관리는 시 사적관리소에서 하지만 문화해설사 파견 등 일부 콘텐츠 운영은 시 문화관광과가 맡으면서 체계적인 운영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관람객 이모(34·충남 서산)씨는 "마침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서 기념관에 들렀는데 안내해주는 이도 없이 빈 집에 온 듯한 썰렁한 느낌"이라며 "제일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유관순열사를 기념하는 곳이 너무 초라하게 방치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시 관계자는 "개관 이후에 리모델링 등은 하지 않았지만 유관순 열사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 등이 관람객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관리가 소홀한 부분은 지속 점검해서 관람객이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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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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