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36곳 불나면 속수무책… 대형사고 우려 신축 단지도 조형물 마구잡이 설치 통행 방해

지난 23일 오후 5시 40분. 대덕구 대화동의 A아파트 옆길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빠져 나갈 정도로 비좁았다. 어린이들을 태운 15인승 학원 승합차 1대가 마치 곡예 하듯 빠져 나갔다. 뒤따르던 승용차는 몇 번 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50대 여성운전자는 혹시라도 주차된 차량에 충격이라도 가할 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오후6시가 넘어 퇴근시간이 본격화되자 통행로는 더욱 좁아졌다. 큰 도로로 이어지는 360m구간은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A아파트는 대전에서 화재발생시 대형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아파트 36곳 중 한 군데이다.

통행로가 불과 2-3m 밖에 되지 않아 소형 소방차를 제외하고는 통행이 불가능하다. 화재발생시 골든타임 3-5분이 지켜질 수 없는 화재취약지구인 것이다. 특히 야간에 화재 발생시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더욱 무방비상태가 될 수 밖에 없다. 인근 주민 박모(56)씨는 "야간에는 차량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골목에 주차 차량이 가득하다"며 "연이어 발생한 아파트 화재 때문인지 A아파트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A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B아파트 3동 역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였다. B아파트 주민 김모(64·여)씨는 "좁은 통로와 많은 주차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원활하게 움직이기 힘든 구조"라며 "지금까지 다행히 큰 불이 없어서 소방차가 출동할 일은 없었지만 막상 화재시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볼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소방차진입 불가 전국 아파트 현황에 따르면 대전은 36곳으로 부산(139곳), 울산(50곳), 서울(42곳), 경기(40곳)에 이어 전국에서 5번째로 많다. 특히 대전과 규모가 비슷한 광주의 소방차진입 불가지역이 10곳인 점에 비춰본다면 대전의 화재취약 아파트가 유난히 많은 상태다.

노후 아파트 뿐만 아니라 최근 신축된 아파트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 주차장을 이용하는 대신 미관을 위해 그 자리에 화단과 공원 등을 설치해 오히려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건물 입구에 설치된 아치형 조형물의 높이가 달라 소방차 진입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는 좁은 도로와 주차차량들이 소방차 통행의 걸림돌이라면 신축아파트들은 아치형 조형물이 소방차 진입을 막고 있다"면서 "소방차 진입 불가구역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월 1회 소방 안전교육과 대피 교육 등을 실시하고 비상 소화전을 설치해 놓은 상태이지만 큰 불이 날 경우 소방차 진입의 어려움으로 인해 피해가 더욱 커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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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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