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칼럼 ③ 권지훈 대전마을기업지원센터 센터장

권지훈 사회적협동조합 대전마을기업지원센터장
권지훈 사회적협동조합 대전마을기업지원센터장
만남이, 나눔이, 생활이 자라나던 마을이 시시각각으로 해체되고 있다. 대형유통자본이 마을에 들어오면 일자리가 넘치는 잘 사는 마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하는 기업들은 마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마을의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의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사실상 마을을 이해하지도 배려하지도 않는다. 마을에 자리를 잡지도 주민의 것이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냉정하다. 은밀하지만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기력하다. 다른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자본의 시스템이 강요하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인다. 이는 곧 마을 공동체의 상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반대의 길을 가는 주민들이 있다. 바로 이웃과 함께 마을기업을 만들어 일하는 사람들이다. 마을기업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마을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혼자만 잘살려고 하지 않는다. 소수가 잘사는 마을보다 모두가 살기 좋은 마을을 바란다.

마을기업은 동리(洞里) 단위의 마을에서 당사자인 주민이 함께 주도하여 마을에 존재하는 자원을 이용하여 우리 마을 만의 맛과 멋이 담긴 제품과 사회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이를 통해 선순환의 일자리를 만들고 마을의 문제와 욕구를 해결하며 마을의 해체된 공동체를 복원과 회복을 꾀한다. 마을기업은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기업이며, 마을의 경제, 문화, 교육, 생태, 복지를 알리고, 모으고, 만들고, 세우고, 키우는 `마을의 기업`이다. 그러므로 마을기업은 마을공동체이고, 마을만들기이고, 지역살림운동이다.

마을기업이 지향하는 본질적인 측면은 마을에 있고 원형은 마을의 공동체이다. 마을기업은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대대로 가꿔온 역사와 문화, 환경과 경관을 지키고 보존하며, 주민 간의 신뢰와 배려를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마을의 생생한 활력을 기대한다. 마을기업은 마을의 주민들이 마을의 텃밭과 정원과 공원을 함께 가꾸고, 마을에서 나고 자란 건강한 것들로 밥상을 차린 마을의 모임과 잔치에서 함께 어울리고,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지혜와 지식, 경험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길 원한다. 마을 주민의 경사는 우리 마을 모든 주민의 경사가 되고 아랫마을의 슬픔을 윗마을이, 윗마을의 아픔을 아랫마을이 위로해 주길 바란다.

마을기업은 이윤추구 중심의 비즈니스보다 지역사회연대의 힘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수 있음을 실천적으로 입증해가고 있다. 마을기업은 개인이 기업을 하는 것보다 마을이 기업을 할 때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가 단지 자본의 성장이 아니라 공동체의 성장으로 귀결되어 지속가능한 사회, 삶의 질이 높은 마을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음을 입증해가는 운동이다. 마을이 기업이다. 마을의 공동체가 마을기업이다. 마을을 위해 기업이 존재하며 마을이 좋아지기 위하여 기업을 하는 것이다.

그럼 어디에 어떤 마을기업이 필요할까? 로컬푸드와 도·농 교류의 거점이 되는 마을기업은 어떠한가? 도시 사람들은 농촌과 농업, 농민의 은혜로 살고 있다. 도시에 사는 우리가 먼저 로컬푸드와 사회적경제 생산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마을기업을 만들자. 도시에 사는 우리가 먼저 대전과 충청의 농촌에 찾아가자. 도시의 뿌리가 농촌에 있고 농촌의 양분을 먹고 자람을 잊지 말자. 공동화된 원도심은 어떤가?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마을카페, 마을극장, 마을도서관, 마을미술관 등 여가와 문화예술 마을기업을 만들자. 원도심 곳곳에 남긴 우리의 청춘이 추억으로 끝나지 않도록 시민 모두의 문화예술 마을이 되도록 힘을 모으자. 아파트와 원룸촌에 마을기업을 만들자. 수천 명이 사는 우리 아파트가 낯설고 외롭지 않도록 이웃과 함께 편하고 즐거운 쉼과 나눔, 만남과 소통의 장을 마을기업으로 만들어 보자. 쪽방촌과 달동네는 어떠한가?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했던 쪽방촌과 달동네의 주민들이 모여 마을공장, 마을가게를 만들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회원과 조합원이 되어 구입하고 이용하자. 마을에 신뢰와 배려, 연대와 협동의 씨앗을 뿌려 함께 일하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 세상 곳곳의 정보는 늘 듣고 알지만 정작 내가 사는 마을에선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 마을신문과 마을라디오를 만들어 내가 사는 마을을 알고 살자.

마을기업을 어떻게 만들까? 먼저 우리 마을에 필요한 일을 알고 함께 일할 다섯 명 이상의 이웃을 찾자. 함께 해야 할 일이 확인되면 할 방법과 함께 가꾸고 나눌 마을의 자원을 찾아보자. 마을기업의 원형은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마을기업을 만들자. 우리 마을기업이 할 일을 서로 간에 약속하고 반드시 마을에 알려 다짐하자. 마을기업은 마을의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와 욕구를 외면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 마을기업은 주민간의 소통을 통해 마을의 가치 실현을 위한 동일한 인식, 일치된 비전, 일관적 실천이라는 공동의 강한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 마을기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바탕으로 사업한다. `지역성`과 `공동체성`을 통해 마을 만의 자랑스러운 상품이 탄생한다. 공생하고 순환하는 적절한 가격과 판매경로가 보장된다. 연대하고 협동하는 고객이 분명해진다. 마을기업 구성원과 주민의 역량이 강화되고 보상이 확대된다. 주민참여와 자치를 통해 재정운영이 투명해진다. 마을기업을 함께 만든 마을에 수익과 활동을 환원하여 마을공동체의 이익을 증진한다. 이러한 순환을 통해 마을기업의 `지역성`, `공동체성`, `사업성`은 지속되고 더욱 튼튼해진다. 마을에서 기업하자. 우리의 작고 약한 마을기업 혼자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냐고? 걱정할 필요 없다. 전국의 1000개의 마을기업과 1만개의 마을이 함께할 것이다.

시·도별로 마을기업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있다. 대전과 세종은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과복지연구소, 충남은 사단법인 충남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1월에 주관하는 24시간 이상의 마을기업 설립 전 교육에 참여하면 우리 마을의 기업, 마을기업을 함께 만들 수 있다.

권지훈<사회적협동조합 마을과복지연구소 이사장·대전마을기업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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