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확진' 천안 동면 농가 표정

21일 방역요원이 구제역이 발생한 천안시 동남구 동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외부인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원세연 기자
21일 방역요원이 구제역이 발생한 천안시 동남구 동면의 한 돼지농장에서 외부인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원세연 기자
21일 천안시 동면 화계리 김모씨의 돼지 농장. 전날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김씨의 농장 주변에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축사 입구에는 `사람, 차량 출입 금지` 안내문이 내걸렸고, 흰색 방제복을 입은 3명의 방역본부 요원이 기자를 보자마자 "나가라"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방역 요원들은 추위와 피로에 지친 모습이 영력 했다.

돼지 1700마리를 사육하는 이 축사는 지난 18일 4마리의 돼지가 절뚝거리고 입 주변에 수포가 생기는 등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뒤 양성 판정을 받아 지난 20일부터 이틀에 거쳐 살처분이 진행됐다.

살처분 당일에는 45마리의 돼지가 안락사 처리됐고, 이날은 522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진행중이었다.

천안시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20여 명의 방역요원을 농가에 투입했다. 죽음을 앞둔 돼지들은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축사 주인 부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양쪽 눈가에서는 뺨을 타고 눈물이 쉴새 없이 흘러내렸다.

가스 질식을 통해 돼지를 묻어야 하는 방역요원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한 방역요원은 "살처분을 한 날 잠자리에 들면 몸이 피로한 것 보다 돼지의 버둥거리는 손과 발, 울음소리가 귓전을 맴돈다"며 "농가에서 백신접종을 제때, 제대로만 했으면 괜찮았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제 가축위생연구소가 이 축사에서 사육중인 돼지 18마리에 대한 항체여부를 검사해본 결과, 항체형성률은 0%로 나타났다. 이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했어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의미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축산농가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 17일 천안에서 첫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수신면 한 돼지농장주와 화계리 농장주 모두 백신 접종을 했지만, 백신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백신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 확산을 막을 방법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현재 구제역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2곳의 축사는 사료운반 차량이 같고, 천안지역 20여 곳의 축사가 같은 차량으로부터 사료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을 했어도 20여 농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천안시는 이에 따라 이들 축사에 대해 예찰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소독과 방역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지난 12일 7만 2000마리에 대한 백신 접종분을 농가에 공급했다"며 "백신 효과가 2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금주나 다음 주에는 구제역 확산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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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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