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명산 16좌 원정대 11. 도명산

도명산 정상에 오른 참가자들이 엄대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빈운용 기자
도명산 정상에 오른 참가자들이 엄대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빈운용 기자
`너른 반석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무릉도원`이라는 명성은 겨울에도 통했다.

비록 계절 탓에 울창한 숲의 모습과 티 없이 맑게 흐르는 물줄기를 만나볼 수는 없었지만 하얀 눈이 내려앉은 화양동 계곡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동양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절경을 뽐내고 있었다. 절경에 넋을 잃은 원정대들은 담소로 시끌벅적하던 평소 등반과는 달리 조용히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을 내디뎠다. 정상을 향하는 길 뿐만 아니라 온 천지가 하얀 눈에 덮여 있어 마음마저 새하얘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 (주)밀레가 주최하고 대전일보사가 후원하는 `(주)밀레-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한국명산 16좌 원정대` 열한번째 산행이 지난 19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한 도명산에서 진행됐다.

해발 642m의 도명산은 국립공원 속리산에 속해 있으며 그 중 화양동이라는 천혜의 계곡을 안고 있는 명산이라고 할 수 있다. 낙영산에서 북쪽으로 갈라진 산줄기가 화양천에 그 맥을 가라앉히기 전 바위로 불끈 일으켜 세운 산으로 이름처럼 삼체불 부근에서 도를 닦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도명산은 주차장에서 산행입구인 학소대까지는 30분 정도 공원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공원 길과 산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환상의 등산코스이다. 주차장을 벗어나 화양 2교,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는 운영담, 만동묘가 있는 화양서원, 우암 송시열의 숨결이 살아있는 금사담의 암서재, 화양 3교,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등 눈만 돌리면 탄성을 자아내는 화양 9곡의 명소들을 지나 제 8곡인 학소대 아래의 철다리 앞에 닿으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번 산행은 한파로 인해 특별히 두 개의 코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겨울 산행의 필수품인 아이젠을 챙겨온 원정대는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아이젠을 챙겨 오지 않은 원정대는 정상에 오르는 대신 충북자연학습원이 자리잡고 있는 곳까지 평지를 따라 왕복 9㎞의 둘레길 코스를 걷는 것으로 진행된 것이다. 지난 주 동안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한파와 폭설로 대명산에도 눈이 20㎝ 정도 내린 상황이었다. 이날도 날씨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등반 내내 얼굴을 때리는 칼 바람에 원정대는 눈을 찡그리기 일쑤였다. 산세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도처에 얼음들이 도사리고 있어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정상으로 향할 수록 철 계단이 많아 조금씩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엄홍길 대장도 겨울 산행에서 안전할 수는 없었다. 많은 원정대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디는 일이 발생해 주변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원정대들이 뒤에서 받쳐주고 앞에서 밀어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 겨울 산행의 온기가 도명산 전체에 퍼지곤 했다. 두 시간이 조금 넘게 등반해 정상에 이른 원정대는 비록 날씨가 추워 꿀 맛 같은 점심을 정상에서 맛보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원정대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하산 한 후 주차장 휴게소에서 세상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컵라면을 먹으며 무사히 마친 산행에 뿌듯함을 느꼈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못해 정상에 이를 수 없었던 원정대도 자연학습원 코스를 걸으며 도명산의 겨울 풍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화양구곡의 절경은 겨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을 선사했다. 특히 얼어붙은 계곡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도명산을 얘기하면서 우암 송시열을 빠뜨릴 수는 없다. 우암 송시열은 조선왕조실록에 3000번이나 이름이 등장할 정도로 조선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붓으로 세상을 움직인 노론의 영수로 공자(孔子)와 주자(朱子)에 이어 송자(宋子)로 불렸다. 그는 효종과 함께 북벌을 꿈꿨는데 효종이 승하하면서 북벌이 무산되자 노구를 이끌고 화양동계곡에 은거하면서 후학을 양성했다.

송시열은 이 화양동계곡을 무척 사랑하고 아껴 스스로를 화양동주(華陽洞主)라고 부르며 직접 화양구곡의 위치를 선정했다. 그리고 제자인 수암 권상하는 3㎞ 구간의 구곡에 경천벽(제1곡), 운영담(제2곡), 읍궁암(제3곡), 금사담(제4곡), 첨성대(제5곡), 능운대(제6곡), 와룡암(제7곡), 학소대(제8곡), 파곶(제9곡) 등 이름을 붙였다. 그 중에서도 화양구곡 최고의 절경은 맑고 깨끗한 물과 금싸라기 같은 모래가 펼쳐져 있는 금사담(金沙潭)과 금사담 앞 바위 절벽에 고즈넉하게 올라앉은 암서재(巖棲齋)를 꼽을 수 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화양서원과 마주 보고 있는 암서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 잊고 자연 속에서 인생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 쉽게 발을 뗄 수가 없었다. 도명산 등반을 마친 후 엄 대장은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산을 사랑 하는 원정대들을 열정 덕분에 오늘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며 "이제 갑오년 청마의 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한 해 마무리 잘하고 모든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다음 산행은 2015년 1월 23일 경북 문경새재에서 진행됩니다. 참가 희망자는 대전·세종·충남북 지역 밀레 매장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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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밀레가 주최하고 대전일보사가 후원하는 ‘(주)밀레-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한국명산 16좌 원정대’ 제11차 충북 괴산군 도명산 산행에서 참가자들이 엄대장과 함께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빈운용 기자
(주)밀레가 주최하고 대전일보사가 후원하는 ‘(주)밀레-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한국명산 16좌 원정대’ 제11차 충북 괴산군 도명산 산행에서 참가자들이 엄대장과 함께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빈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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