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런데 그때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타조가 도망가는 표범을 공격하고 있었다.

표범은 모래 폭탄을 맞고 도망가고 있었는데 추격하던 타조가 그 등에 올라타 발로 짓밟았다. 표범은 비명을 지르면서 버둥거리다가 간신히 빠져나가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아프리카에서 포식맹수들의 먹이가 될 동물이 자기를 공격하는 포식맹수들에게 도리어 공격을 하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그럴 경우 먹이가 될 뻔했던 동물도 역시 다른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사는 육식동물이 아니라면 그 싸움은 포식자가 도망감으로써 끝나는 법이었다. 먹이가 될 뻔했던 동물은 자기 몸을 지켰으면 그만이지 더 이상 포식맹수를 추격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먹이가 될 뻔한 동물 중에는 그래도 도망가는 포식맹수를 추격하여 죽이거나 멀리 추방을 해버리는 동물이 있었다. 싸움이 벌어진 곳에 그 동물의 둥지가 있거나 그곳이 그 동물의 영토일 경우였다. 그럴 경우 그 동물은 새끼나 가족의 안전을 위해 침입자를 죽이거나 아주 멀리 추방을 해야만 된다.

그 타조 두목도 표범과 영역싸움을 한 것 같았다.

타조의 가족 무리는 그 일대를 자기들의 영역으로 삼고 있거나 삼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타조라는 동물은 이상한 동물이었다. 그들은 새의 일종이면서도 날개가 짧아 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늘에서 살지 못하고 사막이나 초원에서 살았다. 그들은 큰 덩치와 굵은 뼈, 튼튼한 다리로 넓은 사막을 돌아다녔다.

그 넓은 사막을 누비며 다니는 타조들은 어느 동물보다도 사막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표범을 멀리 추방한 타조의 두목은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일가족을 모두 데리고 사막 안쪽으로 천천히 가고 있었다. 칼라하리사막 서북쪽이었다. 타조들은 모두 30마리가 넘는 대가족이었다. 그들은 사막의 외곽에 있는 반사막 반초원지대에 살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때 단순히 나들이를 하려고 사막 안쪽에 들어온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주위를 살피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그 타조들을 사냥하지 않았다. 사냥꾼들은 그 대신 타조들이 돌아다니는 사막 일대를 조사해 봤다.

그 일대에는 타조와 표범의 발자국뿐만 아니라 기린의 발자국도 있었고 각종 영양의 발자국들도 여기저기서 발견되었다.

사냥꾼들은 그곳의 땅을 파봤다. 1m쯤 파내려가자 모래에 습기가 있었다. 사막에도 지하 수계(水系)가 있었다. 사막 땅 밑에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으며 그게 모래를 축축하게 만들어 모래 안에 어떤 종류의 식물이 자라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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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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