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돈 7000만원 갚으려 798명에 12억원 가로채

20대 여성이 자신의 아버지까지 끌어들여 여행객을 모집하고 예약금 수억원을 가로챘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대전이 고향인 김모(28·여)씨는 자신이 일하던 직장에서 수천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장이 제출됐다. 다행히 돈 전부를 아버지가 갚아주면서 횡령 혐의를 벗게 됐다. 김씨는 아버지에게 빌린 돈 7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수년간 여행사에서 일했던 노하우를 발휘해 사기를 치기로 마음 먹는다.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자신에게 여행객 15명을 모집해 오면 소개자 1명은 공짜로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워 평소 알고 지내는 동창생과 전 직장동료 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관심을 갖고 예약금 200만 원을 송금하자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으로 여행을 보내줬다. 김씨가 실제 여행을 보내주자 이를 믿은 주변 지인들이 하나 둘씩 사람을 모집했다. 피라미드 형태의 모집책을 통해 여행객을 모집한 것이다.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예약금이 불어나자 김씨는 자신의 아버지 계좌와 친인척 계좌를 활용해 돈을 숨겼다. 혹시라도 꼬리가 잡혀 돈을 환불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대포통장을 만들어 둔 것이다. 피해자들이 김씨의 말을 철썩 같이 믿은 이유는 실제 여행을 보내주기도 했지만 화려한 언변과 대응 때문이었다.

김씨는 피해자들이 공짜 해외여행을 보내주지 않는다며 항의하면 `현지 기후 사정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한다. 여행사의 모집 인원이 부족해서 여행이 취소돼 다음 여행팀에 포함시키겠다. 현지에서 연락이 왔는데 해당 여행상품이 형편 없으니 가지 말고 위약금 50%를 받아라`는 등의 말로 회유했다.

김씨의 말에도 설득되지 않는 피해자들에게는 예약금 일부를 송금해 주기도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씨의 범행은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자신의 동창생 어머니가 친인척과 지인들 67명을 모집하고 예약금 2억 5000만 원을 송금했지만 공짜 여행을 보내주지 않자 고소장을 제출한 것.

대전 동부경찰서는 해외여행경비 예약금 명목 등으로 피해자 798명으로부터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총 12억 3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씨를 구속하고 아버지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가로챈 돈 12억 3000만원 가운데 7억원은 예약금 환불 등을 위해 돌려막기로 사용했고 나머지 5억 원은 친척 명의의 계좌에 숨겨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김씨의 언변이 뛰어나 피해자 중에는 대형 여행사 영업점 사장은 물론 대학교수, 국내 최고 사립대 출신자 등도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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