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문화에 길이 있다 4. 日 가나자와시

 버려진 방직공장을 활용한 시민예술촌 내 오픈 스페이스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위). 일본 3대 전통 정원중 하나로 손꼽히는 겐로쿠엔의 고토지도로(아래).  김정원 기자
버려진 방직공장을 활용한 시민예술촌 내 오픈 스페이스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위). 일본 3대 전통 정원중 하나로 손꼽히는 겐로쿠엔의 고토지도로(아래). 김정원 기자
일본 가나자와시는 인구 45만여 명의 소도시이지만 현재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성하마을이었던 가나자와 곳곳에는 전통이 남아 있으며 예술과 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한 행정당국과 시민들의 협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가나자와는 각종 문화재와 함께 21세기 미술관 등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게다가 폐업한 방직공장을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보존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도시가 살아난 도시재생 선진도시로 꼽히고 있다. 이에 작은 마을 가나자와를 직접 둘러보고 대전의 도시재생 모델 정립을 위해 문화예술을 어떻게 도시재생 정책에 접목하고 무엇이 필요한 지 살펴본다.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문 닫은 방직공장을 활용해 시민들의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한 도시재생 대표사례로 꼽힌다. 1993년 폐업한 방직공장 부지를 가나자와시가 인수해 1996년 문화·예술 활동의 장으로 재창조했다. 구 방직공장 창고단지는 시민예술촌으로 개조돼 현재 멀티·드라마·뮤직·아트 공방, 오픈 스페이스 등을 운영 중이다. 100년 전 빨간 벽돌과 목조를 살린 것이 건축 특징이다. 나머지 방직공장 부지는 잔디광장이 조성돼 가족, 연인 등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예술촌은 시민이 부담없이 연극과 음악, 무용, 미술활동 등의 연습·제작·연수 및 성과발표를 하고 있으며, 일본 전국 공립 문화시설 중 처음으로 연중무휴·24시간 이용 및 시민디렉터 제도를 도입했다.

후쇼 유타카 시민예술촌 촌장은 "대부분 가나자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즐기다 보니 이런 시설을 더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다"면서 "예술활동에 있어 시간 제한이 없는 게 좋다. 시민예술촌의 경우 24시간 이용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며 앞으로 시설을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도심 공동화를 막기 위해 '새로운 문화 창조'와 '새로운 지역진흥의 창출'을 목적으로 2004년 문을 열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연간 평균 이용객은 150만여 명이며 가나자와시 인구 45만여 명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21세기 미술관 부지에는 과거 초등학교가 있었다. 1990년대 당시 일본 정부가 교외를 발전시키면서 시 중심부에서 시 외곽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는 현상이 번졌다. 오히려 도심 중심부가 죽어버리는 역현상이 일어나면서 가나자와시는 도심 중심부로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가나자와를 포함 일본 전국 지방도시의 문제였다. 결국 가나자와시는 시민 토론 등을 거쳐 정책적으로 21세기 미술관을 조성한 것.

21세기 미술관은 '현재와 함께하는 미술관', '도시에 살며 시민과 가꾸는 참가교류형 미술관', '지역 전통을 미래에 전하고 세계를 향해 열린 미술관',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등 4개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열린 공원을 콘셉트로 누구나 언제나 쉽게 들를 수 있도록 출입구가 동서남북 4개인 데다 건물 전면이 통유리(유리 아트서클)로 설계돼 미술관 밖에서도 내부를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오픈 구조다. 편안함과 즐거움, 편리함이 미술관의 키워드다. 기존의 무거운 미술관 이미지와 달리 일부 시민들이 출·퇴근길 자유롭게 이용할 정도로 공원 같은 미술관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21세기 미술관은 유료인 전람회 존과 무료인 교류 존으로 구성돼 연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항구적 전시작품 중 일본의 전통염색인 가가유젠의 기법과 도안을 조사해 구상한 작품과 지상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수심이 깊은 수영장처럼 보이도록 설계한 작품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모은다.

나카야마 21세기 미술관 관계자는 "가나자와시는 금박공예 등 전통이 남아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현대 미술관 건립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생각 차이일 뿐이었다"면서 "당시 시장이 리더십있게 추진한 결과 현재 21세기 미술관을 목적으로 가나자와를 찾는 관광객도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4개의 입구가 있어 어디서든지 들어올 수 있다 보니 방문할 때마다 새롭게 느낄 수 있다는 것과 실제 무료존만 관람한다 해도 볼거리가 다양하게 배치됐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21세기 미술관을 비롯 일본 3대 전통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 등 관광 인프라가 가나자와 시청을 중심으로 집중돼 있어 접근성이 좋다. 겐로쿠엔은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임천회유식 대정원의 특징을 보존하고 있으며, 도심 한 가운데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면적 11만 4000㎡규모에 연못과 분수, 160종 8200그루의 수목이 식재돼 있다. 1676년 5대 영주 마에다 쓰나노리가 렌치오친(정자)을 짓고 그 주변에 정원을 조성해 렌지테이라고 불렀던 것이 겐로쿠엔의 시초이며 1874년 5월 7일 일반공개됐다. 겐로쿠엔 맞은 편에는 가나자와성이 위치하고 있으며 가나자와성의 후문인 이시카와문은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야마다 토시유키 가나자와시 국제교류과 과장은 도시재생 키워드로 '보존'과 '개발'을 꼽았다. 야마다 토시유키 과장은 "가나자와시는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기 때문에 겐로쿠엔 등을 철저히 보존하면서 도시 발전을 위한 보존과 개발을 확실하게 나누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면서 "시의 행정력과 주민 동의 등 협업으로 이뤄져 도시 전체가 시민 손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본 가나자와=김정원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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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내 조성된 일본 전통염색 기법을 활용한 작품. Michael Lin의 'People's Gallery'.   김정원 기자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내 조성된 일본 전통염색 기법을 활용한 작품. Michael Lin의 'People's Gallery'. 김정원 기자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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