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45회 범행…CCTV업자 집 털다 덜미

전국을 무대로 원룸만을 골라 털어온 신모(36)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신씨는 경찰에 적발되기 전까지 대전·경기·충북·광주 등 일대의 원룸을 45차례 침입해 8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털어왔다.

신씨는 육군 전방부대에서 중사로 근무하며 팔힘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군복무 당시의 신씨의 별명은 '팔씨름왕'. 실제 신씨는 "손가락 걸 정도의 틈만 있으면 외벽을 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경찰에 진술할 정도였다.

45차례나 원룸을 털었지만 경찰에 단속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신씨는 범행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신씨의 원칙은 '낮에는 범행장소 물색, 밤이 깊기 전 불꺼진 원룸을 노려라'였다. 주로 방범창이 없는 2-3층 원룸을 표적으로 삼았다. 신씨는 낮에 범행장소를 물색하며 CCTV가 없는 동선을 정확히 파악했다. 또 원룸이 비어 있다는 확신이 서면 전광석화처럼 원룸에 침입해 금품을 전문적으로 털어갔다.

범행이 끝나면 신씨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본인 아버지 명의 승합차를 타고 지역을 옮겨 다녔다. 따라서 대전서부경찰서는 관내에서 원룸털이가 자주 발생했지만 범인을 특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용의자가 주변 CCTV에도 포착되지 않고 인적이 드문 곳만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신씨를 잡아내기 까지는 2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신씨를 잡아낸 결정적인 증거는 역시 CCTV. 지난 6월 23일 신씨는 평소와 달리 오후 1시쯤 대전 서구 괴정동의 주모(33)씨의 집을 침입했다. 신씨의 계획은 완벽한 것처럼 보였다. 범행계획을 세우고 전과 같이 빠른 시간에 금품을 훔쳐 달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신씨의 목을 조여온 것은 주인 주씨의 직업이었다. 주씨는 대전인근에서 CCTV를 판매하는 CCTV업자였던 것. 주씨는 전에 절도범에 의해 집안이 털린 뒤 초소형 카메라를 집안 곳곳에 설치해 뒀다. 전문가가 아니면 어느 곳에 CCTV가 설치돼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정교했다. 신씨는 그런 줄도 모르고 주씨의 집을 털었던 것이다.

주씨는 신씨의 얼굴이 선명하게 담긴 CCTV동영상을 경찰에 건넸고 경찰은 주씨의 집에서 찍힌 CCTV를 바탕으로 신씨를 특정할 수 있었다. 경찰은 신씨가 전남 순천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 22일 마침내 검거했다.

신씨는 "절도 범죄로 복역을 한 뒤 지난 2012년 말 출소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통해 훔친 금품을 동거녀의 생활비로 주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신씨의 동거녀에 집에서 신씨가 훔친 장물을 찾아냈다. 한편 서부경찰서는 신씨를 특가법 상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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