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회피수단 악용 음주운전 부채질

#1 대전에 사는 김모(38)씨는 지난 주말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직접 본인이 운전을 해서 집으로 갔다.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운전대를 잡은 이유는 '음주단속 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주단속 앱을 이용해 그날의 음주단속 장소가 공유돼 나타나고 김씨가 이동하는 경로에서는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김씨는 "술을 많이 마시는 날에는 반드시 대리를 부르지만 한 두잔 정도 마신 상태에서는 음주단속앱을 통해 단속정보를 확인하고는 한다"며 "지금까지 2-3차례 정도 확인했는데 틀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이모(33)씨는 지난 26일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를 가진 뒤 운전을 하려는 친구를 만류하고 나섰다. 이씨는 "음주단속 앱으로 확인해보니 오늘 단속을 많이 한다"며 "음주운전 자체를 절대 하면 안되지만 오늘은 단속이 많아 더욱 하면 안된다"고 음주운전을 하려는 친구를 애써 말렸다. 이씨의 친구는 이씨의 말을 듣고 대리운전을 통해 집으로 무사히 들어갔다.

경찰의 음주단속을 비웃듯 음주단속 정보를 사용자들끼리 공유하는 음주단속 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9일 구글과 앱스토어 등 어플리케이션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10여 개의 음주단속 앱이 유통되고 있다.

이들 앱은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많은 단속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날그날에 음주단속을 확인한 사용자가 앱 상에 음주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장소를 올리면 그 장소가 앱 사용자들끼리 공유가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A앱의 경우 '구글 플레이' 기준 50만명 이상이 다운로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음주운전앱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악용해 음주운전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일각에서는 오히려 음주운전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 음주운전앱 사용자는 "음주운전이 불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음주운전앱을 사용하는 것은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단속을 하고 있으니 절대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전경찰 관계자는 "음주단속 앱이 무조건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맹신해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된다"며 "경찰차원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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