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한 사설응급차량

지난 22일 오전 7시 10분쯤 충남 금산에 살고 있는 노모(61)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장모(83)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장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중"이라며 "빨리 병원으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노씨의 장인 김모(85)씨가 금산군 진산면 인근에서 아침 농사일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도로가에서 차량과 충돌하며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다는 것.

인근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노씨는 담당의사로부터 "두부골절이 있고 뇌출혈이 의심돼 대전의 큰 병원으로 빨리 옮겨야 한다"는 다급한 얘기를 듣고 사설응급차량 업체에 연락했다. 곧바로 사설 응급차량이 도착했고 응급차량 운전자 A씨가 김씨를 태운 후 사위인 노씨에게 먼저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11만원 결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씨는 A씨로부터 "현금이 없으면 환자를 차에서 내리게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씨는 결국 "대전에 도착해서 돈을 주든가 계좌이체를 해주겠다"고 사설응급차 운전자에게 약속하면서 장인을 대전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노씨는 대학병원 의료진으로 부터 "환자가 뇌출혈이 있어 시간을 지체했다면 큰 일이 날 뻔 했다"며 "당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다.

노씨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1분 1초를 다투는 환자를 두고 흥정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라고 분개했다.

게다가 A씨는 현행법상 응급차량에 운전자와 구급치료사 등 2명 이상이 동승해야 한다는 규칙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사설 응급차량 업체 관계자는 "카드결제도 가능하고 환자를 태울 당시 결제를 요구하지도 않는다"며 "A씨와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확인을 해보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씨는 사설응급차량 운전자 A씨에 대해 경찰에 고소하고 관할관청에 진정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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