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역사기록에 드러난 약탈 증거

일본 대마도 이즈하라정에서 2004년 발간한 `이즈하라 정지`. 472쪽(오른쪽 페이지)의 밑줄친 부분은 `고려 초기 문물이 대마도내에 전해져 있다. 그 일은 불상 전래로서 소형 불상까지 숫자를 헤아리면 수십 구가 있다. … 신라 말기의 불상 1구와 고려 전기의 불상 3개가 있다`라고 서술돼 있다. 473쪽의 밑줄친 부분은 `그곳에 도래 문화의 입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본 원고에 교역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상기 두 번째부터 네 번째이고 첫 번째는 왜구가 약탈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시사점이 있다`고 서술돼 있다.  사진=김문길 교수 제공
일본 대마도 이즈하라정에서 2004년 발간한 `이즈하라 정지`. 472쪽(오른쪽 페이지)의 밑줄친 부분은 `고려 초기 문물이 대마도내에 전해져 있다. 그 일은 불상 전래로서 소형 불상까지 숫자를 헤아리면 수십 구가 있다. … 신라 말기의 불상 1구와 고려 전기의 불상 3개가 있다`라고 서술돼 있다. 473쪽의 밑줄친 부분은 `그곳에 도래 문화의 입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본 원고에 교역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상기 두 번째부터 네 번째이고 첫 번째는 왜구가 약탈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시사점이 있다`고 서술돼 있다. 사진=김문길 교수 제공
<속보>=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고려시대 후기 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역사적 기록과 정황들이 국내 전문가들에 의해 속속 제기되면서 문화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본보 29일자 1·3면 보도>

특히 일본의 지방기관이 발간한 `향토 역사서`에도 과거 일본이 고려시대 문화재 약탈을 자행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상세히 실려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부석사 불상의 환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부산외국어대 교수이자 한일문화연구소 소장인 김문길 교수는 29일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 이즈하라정에서 2004년 발간한 `이즈하라 정지`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왜구의 약탈에 의해 불상이 불법적으로 반출됐다는 근거가 될 만한 기록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즈하라 정지`는 쓰시마시에서 1년에 한 번씩 도민들의 세금으로 지역의 역사 연구 성과를 기록하는 일종의 향토 역사서이며 이즈하라는 쓰시마시 산하의 6개 읍 가운데 한 곳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즈하라 정지의 472쪽부터 473쪽에 기록된 `고려무역과 초기 왜구`에는 쓰시마시로 들어온 고려 문화재의 입수 과정에 대한 기록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는 문화재를 `첫 번째 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의 불상 10여 점, 두 번째 고려대장경, 세 번째 고려청자, 네 번째 토기 등의 장식품` 등 총 4개 분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으며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 중 두 번째(고려대장경)부터 네 번째 문화재(토기 등의 장식품)는 교류로서 가져왔지만 첫 번째는 약탈이 아닌가 싶다`라는 내용이 서술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쓰시마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고려 및 조선시대의 불상 등 유물들이 불에 탄 흔적이 대거 발견된 점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불상의 화상 흔적과 이즈하라 정지에서의 `약탈`이라는 표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현재 쓰시마시의 한국 유물들이 대거 약탈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같은 책 477쪽에는 일본의 역사서인 `백련초`의 1228년 7월 21일자를 인용하면서 `작년 대마도 악도들이 고려국에 들어가 사람들을 죽이고 물건을 약탈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부 통치자께 알려 고려 사신들 앞에서 악도 89명의 목을 벤 사실이 있었다. 우리나라(일본)의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는 내용이 서술돼 있다. 이는 고려시대에 쓰시마의 주민들이 약탈 행위가 수시로 자행되고 이에 대해 고려에서도 사신을 보내 항의와 함께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즈하라 정지`는 일본의 개인 학자가 혼자 연구한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발간한 책인 만큼 신빙성이 있는 자료"라며 "불상 유출의 경위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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