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면 개편안 최종 검토, 국가지정문화재 직접 관리

2008년 숭례문 방화와 전소로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 위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감이 증폭된 가운데 문화재청이 문화재연구소 등의 조직을 통·폐합하고 각 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관리 기능을 일부 흡수해 각 지역에 '지방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전면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청내 조직의 신설, 통·폐합이나 산하 조직의 신·증설을 실시한 적이 있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기능 재배치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의 관리 개선에 나서는 것은 1999년 문화재청 승격 이후 처음이어서 향후 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1일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각 지역의 문화재 관리 및 연구 조직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지난해 정부에 보고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 조직 진단을 거쳐 최종 조직 개편안 수립을 앞두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르면 1-2개월 내에 최종안을 확정해 정부에 보고한 뒤 내년부터는 지방청 신설과 자치단체의 국가지정문화재 관리 업무를 개선하는 내용의 문화재 관리 개혁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개편 방향은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경주·부여·가야(경남 창원)·나주·중원(충북 충주) 등의 지역 문화재연구소,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전남 목포) 등을 개편해 각 지역에 지방청을 신설하는 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975년 신설됐고 부여·가야·경주 등의 연구소는 1990년에, 나머지 연구소는 2005년 등에 차례로 신설됐다. 그동안 이들 연구소는 발굴 및 지표조사와 학술대회 등 조사, 연구 기능에 주력해 왔으나 지방청이 신설되면 연구소 고유 기능에다 문화재 보존, 관리 등의 기능이 확대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자치단체가 문화재청으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하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보존, 관리 기능도 전면적인 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자치단체는 문화재의 보존·보수·유지관리, 문화재의 보호시설물 유지관리, 대기·수질·토양경관 등의 주변환경 보호, 문화재의 소화·전기·배수 등 재해·재난 방재 관리 등 문화재 관리의 실질적인 업무 기능을 맡고 있지만 숭례문 전소사건과 같이 중대한 문화재 손실에 대비해 완벽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이 각 지방청 신설을 통해 국가지정문화재들을 직접 관리하고 자치단체의 업무 기능을 일부 축소·조정하는 방안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청 신설에 대한 각 연구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자칫 문화재 보존 관리에 방점이 놓이면서 발굴조사와 학술 연구 등의 조사·연구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1975년 첫 문화재연구소 신설 이후 40년의 역사를 갖는 연구소에는 학예사 등 전문 인력이 대거 배치돼 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전문 연구인력이 설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표출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그동안 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정부 보고를 거쳐 조직진단을 실시했다"며 "지방청 신설 등의 조직 개편 방향은 조직 진단 결과에 대한 검토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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