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으로 연하곤란증 앓던 몽골인 수렝씨, 건양대병원서 제거수술 성공

 뇌종양 제거수술을 성공적은 받은 수렝<왼쪽>씨와 이 수술을 집도한 건양대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뇌종양 제거수술을 성공적은 받은 수렝<왼쪽>씨와 이 수술을 집도한 건양대병원 신경외과 김종현 교수. 사진=건양대병원 제공
"남편의 사랑으로 새 생명을 살고 있어요."

몽골여성인 수렝(32)씨는 천안의 한 직장에서 일하던 중 현재는 결혼해 남편이 된 우 모씨를 만났다. 서로 결혼까지 약속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렝씨의 얼굴근육이 당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져 지난해 초쯤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길 듣게 됐다.

그녀의 머리 속에 5cm가 넘는 종양이 자라고 있어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

의사의 말을 들은 수렝씨는 남편과의 결혼을 포기하고 몽골로 돌아갔다. 하지만 남편은 몽골로 찾아가 수렝씨를 설득해 결국 지난해 8월 결혼에 성공했고, 수렝씨는 임신을 했다.

하지만 수렝씨는 임신중에도 뇌종양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임신중이라 태아에게 해가될까 봐 방사선 촬영은 물론 약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수렝씨의 증상은 갈수록 점점 심해져 언어장애와 함께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하는 연하곤란증까지 생겼지만 모성애로 10개월을 버텨 지난 4월 아이를 출산하게 됐다.

출산 후 그동안 미루어왔던 뇌종양을 치료해야 했지만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도 막막하고 더욱이 어려운 가정형편에 1000만원에 이르는 수술비도 큰 걱정이었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주변사람들에게 뇌종양 수술을 가장 잘하는 의사를 수소문하던 중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장을 역임하고 지난 2012년부터 건양대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김종현 신경외과 교수를 알게돼 찾아갔다. 김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뇌종양 분야의 수술만 4000차례 이상 시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의사다.

하지만 김 교수도 수렝씨의 상태를 파악하고는 쉽지 않다고 느꼈다.

김 교수는 "종양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환자가 활동성이 높은 C형간염 보균자여서 자칫하다간 의료진에게도 감염될 위험이 있었다"며 "그러나 환자의 고통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최성준 이비인후과 교수와 여러차례 수술방법을 논의한 끝에 지난 6월 수술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서 모두 제거할 경우 합병증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종양을 최대한 절제한 후 남은 부분은 방사선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전 8시에 시작된 대수술은 19시간만에 끝났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현재는 언어장애와 연하곤란 등의 증상은 모두 회복됐으며 운동장애와 안면마비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수렝씨는 "한국으로 시집오지 않았다면 아마 제 생명은 이미 끝이 났을 것"이라며 "남편의 사랑의 힘으로 다시 건강을 되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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