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초기 밀림지역 찾아다니며 취재, 보다 흥미로운 글로 동물문학 써낼 것

"석 달전에 서울대공원 동물부장과 문화재위원을 맡았던 오창영이라는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를 비롯해 여러 동물학자들과 사냥꾼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는데 그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기록은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렵야화 1만 회의 대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대전일보 연재소설 `수렵야화`의 1만 회 달성은 국내 언론사 최초의 대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문학의 원조로서 국문학사에 동물문학의 가능성을 제시한 수렵야화의 작가, 김왕석(87·사진)씨를 지난 16일 대전일보 서울지사 사무실에서 만나 집필 33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무엇보다 연재소설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추세에도 꿋꿋하게 지면을 제공해준 대전일보사가 있었기에 이런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기록은 결코 제 혼자만의 기록이 아닙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좋은 소재를 제공해준 학자와 사냥꾼들, 그리고 대전일보와 함께 세운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죠. 33년이 넘게 한 신문에 글을 연재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저도 감히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8000회, 9000회를 넘기면서 어느 순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문제는 건강이었습니다. 다행히 지금까지 건강이 허락해줘서 오늘을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작가가 동물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약 50여 년 전, 서울신문 사회부 기자로 근무할 때로 되돌아간다. 당시 유명한 동물작가이자 소설가였던 이상호 씨의 글을 받아서 직접 교정을 본 뒤 연재를 했는데 편집국장이 직접 집필을 해보라고 권유를 했던 것이다.

"사실 이상호씨 소설을 교정하기 전에 이미 동물 관련 소설 습작을 하고 있었죠. 특히 수렵에 관심이 많아서 사냥꾼을 만나 취재도 하고 사냥꾼을 따라서 직접 사냥을 해보기도 했죠. 암튼 그렇게 직접 집필을 하게 되면서 서울신문에서 4-5년간 연재를 하고 스포츠서울, 경남신문, 일간스포츠 등에 `사냥꾼 이야기`, `세기의 사냥꾼`등 제목을 달리 해 연재를 했죠. 특히 `사냥꾼 이야기`는 6권 짜리 단행본으로 나와 약 60 만부 이상이 팔려 그 돈으로 빚도 갚고 집도 사고 했죠(웃음)."

작가가 1만 회의 대기록을 세우는 것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2004년에 갑작스레 발병한 심장병은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심장판막증 수술을 받고 입원을 했는데 그때는 정말 다시는 글을 쓸 수 없을 줄 알았죠. 그때 연재하고 있던 글들이 모두 끊겼는데 대전일보만은 저를 신뢰해줬죠. 그래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원고지를 붙들고 글을 썼습니다. 한자 한자 쓰는 일이 고통스러웠지만 내 글을 기다려주고 있는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내려 갔던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 수렵야화의 내용이 크게 세 번의 변화를 거쳤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짐승이 서로 적대시하고 인간이 짐승을 사냥하던 사냥시대를 지나 인간들의 반성으로 동물과 공생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협조시대, 그리고 이제는 동물이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 된 애완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거쳐오면서 수렵야화는 지금도 무한한 얘깃거리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소재고갈의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처음 소설을 쓸 때는 야생동물을 주축으로 인간과 동물의 대결이 주를 이뤘고 그 다음에 개를 포함한 가축 등 거의 모든 동물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물보호구역과 동물원 안의 동물,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애완동물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됐죠. 연재 초기에는 수렵 얘기를 쓰기 위해 사냥꾼을 따라 외국 밀림 지역에 취재를 가기도 했지만 세상이 변한만큼 소재도 달라진 것이죠. 그렇다고 동물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글을 쓸 수 있는 만큼 항상 공부하고 있죠."

특히 김 작가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많을수록 그 나라의 문화, 경제적 수준이 발달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도 더 많은 애완동물 소유 인구가 증가할 것이며 그에 따라 수렵야화 같은 동물 문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은 애완동물을 을 기르는 가정이 100만이 넘습니다. 일본도 한 60만 명정도 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제가 볼 때 약 30만 가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이 가정들이 저를 비롯한 동물문학 작가들의 독자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수렵야화의 이야기는 당연히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만큼 수렵야화는 아직도 할 얘기가 많다는 의미도 됩니다."

수렵야화를 쓰는 만큼 자신 또한 동물을 무척 사랑 한다는 작가. 동물을 사랑 하는 이들은 그만큼 감수성이 풍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마지막으로 지금 이 기록을 만들어 준 독자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1만 회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글로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애초에 수렵야화는 끝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애완동물 이야기로 테마가 전환된 만큼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써나갈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 있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독자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빈운용·글=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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