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학기술대 안내판, 과학기술과 관련 없는 학과가 많아 보인다.
대전과학기술대 안내판, 과학기술과 관련 없는 학과가 많아 보인다.
혜천대학교의 교명을 대전과학기술대학교로 변경한 것을 두고 일부 학과 학생들의 불만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과 전혀 상관없는 학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과가 통폐합 될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혜천대학교의 교명이 개교 75주년을 맞아 오는 6월 1일부터 대전과학기술대학교로 변경됐다. 간호전문대로 시작, 대전전문대로 교명을 변경한 후 지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혜천대학교로 유지해 왔다. 교명을 변경한 이유로 대전 소재의 다른 대학들 보다 교명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것과 박근혜 대통령이 이공계열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견을 나타냈기 때문에 대전과학기술대로 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관련 없는 일부 학과 학생들은 교명 변경을 반기지는 않았다.

대전과학기술대는 이전부터 뛰어난 간호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배출되는 곳으로 유명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학교의 명성을 믿고 입학했지만 교명에 `과학기술`이 들어가게 되면 간호학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간호학과에 재학중인 2학년 학생은 "입학 전부터 간호학을 전문으로 가르친다고 해서 믿고 입학했다. 교수님들은 간호도 과학이라고 하지만 과학기술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취업에 불리할 것이 뻔하다"며 "차라리 보건계열학과가 많으니 보건과학기술대로 바꾸면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사회·교육학부나 예체능 학부 학생들은 교명에 맞게 학과를 구조조정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불안에 떨고 있었다. 사회·교육학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과학기술과 상관없는 학과들도 많은데 교명에 과학기술을 넣었는지 모르겠다. 이는 우리 같은 학과를 통폐합 하려는 구실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전에 학생들에게 충분한 동의를 구했냐는 질문에 "이미 바꾼다고 정해놓고 어떤 교명이 좋겠냐는 설문만 했다. 학생 의견보단 경영진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 거 같다."고 말했다.

기존에 과학기술을 전공하던 학과학생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과학수사과에 재학중인 2학년 학생중 한 명은 "우리 학과가 취업률이 낮아서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과학기술대로 바뀌면서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교명 변경으로 큰 효과를 본 다른 학교들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도 이번에 발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렇다고 해서 아직까지 학과 지원이나 인원 증가 등 큰 변화는 없다." 덧붙였다.

최근 대학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대학들은 교명 변경부터 학과 통폐합 등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충북보건과학대는 지난해 주성대에서 충북보건과학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후 인지도가 높아져 입시 지원률아 크게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이는 보건·과학 분야의 특성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개선된 데다 관련 분야에서 잇따라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전과학기술대는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보단 인지도에만 신경 쓴 교명이다 보니 과학기술과 관련 없는 재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학당국은 어떤 대책들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동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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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학부 학생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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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학기술대학교의 상징 혜천탑
대전과학기술대학교의 상징 혜천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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