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걷고 싶은 길 12선

어느 덧 3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찾아왔다. 유리창 너머로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는 사무실 안보다, 한껏 달아올라 아지랑이 같은 열기를 뿜어내는 아스팔트 위보다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흔들리는 나뭇잎들 사이로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간질거릴 때 느끼는 상쾌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대전에도 운치와 상쾌함을 느끼며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걷고 싶은 길이 있다. 휴식을 원하는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 대전 걷고 싶은 길 12곳을 살펴봤다.

◇담그고 걷고 느끼고… 건강 찾는 `웰빙길`=`맨발로 땅을 밟아본 지가 언제 였던가.` 대덕구 장동에 자리잡은 계족산 황톳길을 찾으면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진다. 발을 꽁꽁 감싸고 있던 신발과 양말을 벗고 푹신한 황톳길 위에 서면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옆 사람과 함께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솔향 가득한 향톳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로 복잡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야말로 `힐링`이다.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소` 등 화려한 타이틀을 지닌 계족산 황톳길은 이미 맨발 걷기로 대전 시민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14㎞ 길이의 황톳길을 맨발로 걷다 계족산성에 다다르면 대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자연생태계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동구 세천동의 식장산 숲길을 찾아도 좋다. 나뭇잎으로 파랗게 물든 숲과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굴참나무, 은수원사시나무, 물오리나무, 갈참나무, 밤나무 등 군락을 이룬 토종식물들을 볼 수 있다.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람쥐를 보고 있으면 숲은 찾은 불청객이 된 기분이 들 정도다.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전시내의 모습도 일품이다. 특히 밤공기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야경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길을 걷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유성구 봉명동의 유성 족욕 체험 길을 찾으면 시민들이 노천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신발과 양말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종아리까지 걷어 올린 바짓단이 어색하지 않다.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과도 말문이 트인다.

◇잠시 추억에 잠기게 되는 곳 `낭만길`=넓게 펼쳐진 대청호의 잔잔한 물결이 마음을 흔든다. 그늘 한점 없는데도 마음이 뻥 뚫리는 것이 방금 전까지 온 몸을 괴롭게 하던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다. 마치 솜씨 좋은 화가가 그려놓은 수채화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설렌다. 동구 추동의 대청호반길은 친구, 연인, 가족들끼리 꼭 한번은 찾는 대전의 대표적인 명소다. 특히 계절에 상관없이 푸른 대청호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도심 속 낭만을 찾고 싶다면 서구 둔산동의 시청앞 가로수길은 어떨까. 점심시간 대전시청사에서 대전정부청사를 잇는 가로수길을 걷다 보면 벤치에 걸터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 직장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을철 낙엽길로도 유명해 도심 속 낭만을 대표하는 곳이다.

중구 은행동과 동구 원동 일대의 원도심 어울림길은 문화예술과 먹거리가 어우러져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는다. 옛 정취가 남아있는 건물과 골목, 주목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갤러리들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젊은이로 가득한 으능정이 거리에서 인심 넉넉한 중앙시장까지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어 발길을 끈다.

마지막 낭만길은 보문산 산책길이다. 아늑한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보문산의 나무그늘과 송학사, 각종 레저시설을 갖춘 사정공원은 가족단위의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고즈넉한 역사의 향기 느끼고 싶다면 `역사문화길`=중구 안영동의 뿌리공원 둘레길은 효와 뿌리를 테마로 한 문화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체험학습 현장으로 인기가 높다. 전국유일의 효 테마공원으로 성씨별 조형물과 사신도, 12지상을 형상화한 뿌리깊은 샘물, 잔디광장, 전망대, 삼남탑, 삼림욕장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로 찾기 좋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얼을 기릴 수 있는 산책코스도 있다. 유성구 갑동의 자리잡은 현충원 산책길은 현충원 묘역을 둘러싸고 있는 숲속 오솔길로 현충원 정문에서 출발해 홍살문과 호국분수탑, 현충탑, 보훈산책로를 거쳐 다시 현충원 정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자연 모습 그대로 `생태환경길`=서구 흑석동의 흑석 노루벌길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행락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반딧불이 흰목물떼새 같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고 노루산 주변의 소박한 벌판과 물길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대전의 허파라 불리는 월평공원 습지길도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도솔산 숲길과 갑천 우안의 자연형 수변길을 걸으며 도심 가까이에서 생태계의 신비를 목격할 수 있다.

대덕구 용호동·미호동 일대의 로하스 해피로드는 금강변에 만들어진 수변보행테크와 자전거길로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더 유명하다. 강바람을 즐기며 야간에도 산책이 가능하고 산호빛공원, 에코공원, 델리타운, 어린이 공원, 대청공원 등 수변길을 따라 조성된 다양한 볼거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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