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걷고 싶은 길 12선
◇담그고 걷고 느끼고… 건강 찾는 `웰빙길`=`맨발로 땅을 밟아본 지가 언제 였던가.` 대덕구 장동에 자리잡은 계족산 황톳길을 찾으면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진다. 발을 꽁꽁 감싸고 있던 신발과 양말을 벗고 푹신한 황톳길 위에 서면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 옆 사람과 함께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솔향 가득한 향톳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로 복잡했던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야말로 `힐링`이다.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소` 등 화려한 타이틀을 지닌 계족산 황톳길은 이미 맨발 걷기로 대전 시민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14㎞ 길이의 황톳길을 맨발로 걷다 계족산성에 다다르면 대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자연생태계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동구 세천동의 식장산 숲길을 찾아도 좋다. 나뭇잎으로 파랗게 물든 숲과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굴참나무, 은수원사시나무, 물오리나무, 갈참나무, 밤나무 등 군락을 이룬 토종식물들을 볼 수 있다.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람쥐를 보고 있으면 숲은 찾은 불청객이 된 기분이 들 정도다.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전시내의 모습도 일품이다. 특히 밤공기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야경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길을 걷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유성구 봉명동의 유성 족욕 체험 길을 찾으면 시민들이 노천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신발과 양말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종아리까지 걷어 올린 바짓단이 어색하지 않다.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과도 말문이 트인다.
◇잠시 추억에 잠기게 되는 곳 `낭만길`=넓게 펼쳐진 대청호의 잔잔한 물결이 마음을 흔든다. 그늘 한점 없는데도 마음이 뻥 뚫리는 것이 방금 전까지 온 몸을 괴롭게 하던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다. 마치 솜씨 좋은 화가가 그려놓은 수채화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설렌다. 동구 추동의 대청호반길은 친구, 연인, 가족들끼리 꼭 한번은 찾는 대전의 대표적인 명소다. 특히 계절에 상관없이 푸른 대청호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도심 속 낭만을 찾고 싶다면 서구 둔산동의 시청앞 가로수길은 어떨까. 점심시간 대전시청사에서 대전정부청사를 잇는 가로수길을 걷다 보면 벤치에 걸터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 직장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을철 낙엽길로도 유명해 도심 속 낭만을 대표하는 곳이다.
중구 은행동과 동구 원동 일대의 원도심 어울림길은 문화예술과 먹거리가 어우러져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는다. 옛 정취가 남아있는 건물과 골목, 주목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갤러리들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젊은이로 가득한 으능정이 거리에서 인심 넉넉한 중앙시장까지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어 발길을 끈다.
마지막 낭만길은 보문산 산책길이다. 아늑한 정취를 감상할 수 있는 보문산의 나무그늘과 송학사, 각종 레저시설을 갖춘 사정공원은 가족단위의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고즈넉한 역사의 향기 느끼고 싶다면 `역사문화길`=중구 안영동의 뿌리공원 둘레길은 효와 뿌리를 테마로 한 문화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체험학습 현장으로 인기가 높다. 전국유일의 효 테마공원으로 성씨별 조형물과 사신도, 12지상을 형상화한 뿌리깊은 샘물, 잔디광장, 전망대, 삼남탑, 삼림욕장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로 찾기 좋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얼을 기릴 수 있는 산책코스도 있다. 유성구 갑동의 자리잡은 현충원 산책길은 현충원 묘역을 둘러싸고 있는 숲속 오솔길로 현충원 정문에서 출발해 홍살문과 호국분수탑, 현충탑, 보훈산책로를 거쳐 다시 현충원 정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자연 모습 그대로 `생태환경길`=서구 흑석동의 흑석 노루벌길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행락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반딧불이 흰목물떼새 같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고 노루산 주변의 소박한 벌판과 물길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대전의 허파라 불리는 월평공원 습지길도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도솔산 숲길과 갑천 우안의 자연형 수변길을 걸으며 도심 가까이에서 생태계의 신비를 목격할 수 있다.
대덕구 용호동·미호동 일대의 로하스 해피로드는 금강변에 만들어진 수변보행테크와 자전거길로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더 유명하다. 강바람을 즐기며 야간에도 산책이 가능하고 산호빛공원, 에코공원, 델리타운, 어린이 공원, 대청공원 등 수변길을 따라 조성된 다양한 볼거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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