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장애인의 날 실태

"지난 번 저상버스가 급정거 하는 바람에 휠체어가 앞으로 밀려 나가 승객과 부딪혀 둘 다 크게 다칠 뻔 했어요. 얼마나 놀랐는지…"

2급 지체 장애인인 권모(44)씨는 최근 저상버스에 탑승했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버스 바닥과 휠체어 바퀴가 제대로 고정이 안된 상황에서 운전기사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휠체어가 쏠리면서 그대로 앞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권 씨는 "버스기사가 보통 휠체어 바퀴를 고정해주는데 그 날 제대로 안됐는지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다"고 했다.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 확대를 위해서는 버스 운전자의 에티켓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상버스에 힘겹게 올라타도 버스 기사가 급정거를 하거나 휠체어 안전 잠금이 제대로 안되면서 장애인은 물론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승객이 상해를 입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

17일 대전시에 따르면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는 지난 1일 기준 총 168대가 운행되고 있다. 지역 시내버스(965대) 대비 17.4%로 국토교통부가 2012년 내놓은 제2차 교통계획 권고사항인 40% 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저상버스 대수 확대와 함께 운전자의 에티켓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시에 정류장에 도착해야 하는 버스 운행의 시스템상 급출발과 급정거가 만연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상 버스 기사는 장애인의 탑승부터 휠체어 잠금, 하차까지 모두 도와줘야 하지만 사실상 쉽지않다.

50대 한 장애인은 "기사가 마음이 급하다 보니 휠체어 안전 잠금을 대충하는 경우도 있어 위험한 상황에 몰리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운전기사가)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저상버스 경사판(슬로프)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 박모(52)씨는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이 있는데 버스기사들이 탑승의사도 묻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며 "슬로프를 인도에 내릴 수 있도록 인도에 가깝게 정차해야 하는데 너무 멀리 정차에 탈 수 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상버스를 한 번 놓치면 적어도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한 저상버스 기사는 "교통약자 배려를 한다고 하지만 급하다 보면 놓치는 경우도 있다"면서 "최대한 장애인의 승하차를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018년까지는 저상버스를 40%까지 높일 계획이고 버스기사의 인식개선 및 안전운행 교육을 통해 장애인과 교통약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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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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