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9988 프로젝트' 99세까지 88하게] 심장판막증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의 혈액이 역류하거나 공급이 줄어들면 심부전과 부정맥, 뇌졸중 등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이러한 문제를 막아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심장판막이다. 따라서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길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판막 이상을 가급적 조기에 발견하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처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노년층의 심장판막질환 발병률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 되고 있다. 자각 증세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소리 없는 살인자' 심장판막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심장판막증이란=심장에는 승모판막, 삼천판막, 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등 4개의 판막이 있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운동을 통해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데, 판막은 이 과정에서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해주는 밸브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판막이 손상을 받아 판막을 통한 혈류 이동이 제한을 받게 되거나, 판막이 닫혀야 할 때 닫히지 않아 혈류가 정상적으로 순환시키지 못하는 것을 심장판막질환이라고 한다. 혈류가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게 되면 심장은 혈액을 온 몸으로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심장 효율이 떨어져 심장 기능이 저하되는 심부전증이 발생하게 되며,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손상된 판막에는 세균이 달라붙기 쉬워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심장판막증 역시 퇴행성질환으로 인해서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고, 류머티스열에 의한 류머티스성 판막질환, 기타 감염이나 외상 순으로 발생이 많다.

◇심장판막증의 증상과 진단=심장판막 질환은 판막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충분한 심박출량을 달성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활동 시 숨이 가쁘거나 가슴이 아픈 증상이며, 두근거리거나 자주 피로를 느끼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어지럽거나 정신을 잃을 수 있고, 드물게 가래를 뱉었을 때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흉부방사선촬영이나 청진을 통해 1차적으로 검진할 수 있지만 가장 정확하고 간편한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다. 이 밖에 심장조영촬영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장판막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이 비대해지며 팔다리와 얼굴이 붓고 전신에 부종이 생길 수 있다. 또 심장이 고르게 박동하지 않는 부정맥이 생길 수 있고, 아주 심각한 합병증으로는 응고된 혈액이 머리혈관이나 혹은 다리혈관으로 이동해 발생하는 중풍이나 허혈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손상된 심장판막에 세균이 침투한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감염성 심내막염이 발생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심장판막증의 치료=심장판막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적치료 등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인 치료방법은 우선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한 이후 만약 증상이 지속되거나 합병증이 유발되면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최근에는 수술적 치료가 크게 발달돼 과거에 비해 위험성이 상당히 적어졌다. 수술적 치료법은 다시 심장 성형술과 치환 수술로 구분된다. 심장 성형술은 환자판막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성형 수술을 통해 환자의 판막을 치료하는 수술이다. 하지만 판막의 손상이 너무 심각해 판막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기존의 판막을 도려낸 다음 인공판막으로 치환하는 치환 수술이 사용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을 일찍 발견하지 못하고 넘기거나 알게 되더라도 고령의 나이 때문에 수술적 치료를 주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환자들의 우려와 달리 국내 심장판막질환 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매우 신뢰할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두 수술법 모두 최근 수술 술기와 수술 후 치료가 상당히 발달해 심장 판막질환의 경우 사전에 발견하기만 하면 치료가 어려운 경우는 5% 이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이유없이 팔, 다리가 붓는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을 받으면 된다. 고령이라고 수술을 무조건 주저하기 보단 보다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한 노후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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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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