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새해 희망가 - 자활기업 '한터' 작업반장 지적장애 1급 남기용씨

대전 장애인 자활 사회적기업 ‘한터’에 근무하는 남기용씨가 제품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호진 기자
대전 장애인 자활 사회적기업 ‘한터’에 근무하는 남기용씨가 제품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호진 기자
대전 서구 장안동에 위치하고 있는 장애인 자활 사회적기업인 행복한일터 사업단 `한터`는 우리밀, 우리쌀로 만드는 제과공과와 참기름, 들기름을 제조하는 공과 등 장애인들에게 일터를 제공하고 있다. 14명의 구성원 중 10명이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에는 터줏대감이 한 명 있다. 10년간 참기름 작업장의 작업반장 역할을 수행해 온 지적장애 1급의 남기용(57)씨가 그 주인공이다.

누구에게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지만 매일같이 참기름을 짜내는 일을 하는 것도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남 씨는 10년간 한번도 불평불만을 한 적 없다는 게 한터 직업훈련교사들의 설명이다. 남 씨는 어린시절 누나가 운영하던 방앗간에서 참기름 짜는 일을 도왔던 것이 계기가 돼 한터에서도 참기름 작업장 반장을 하고 있다.

누나일을 돕다가 10년 전 남씨는 한뜻마을 시설에 입소해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지능은 8-9세 정도이지만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못지않다. 이 분야에서도 함께 일을 하는 훈련생들을 가르치고 불량품이 나오면 `매의 눈`으로 찾아내기 일쑤.

그런 남씨에게 새해에는 큰 소망이 생겼다.

10년간을 지속해오던 시설생활을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것.

한뜻마을에서는 `체험홈`이라는 사회적응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는 시설 밖의 숙소를 정해 성실하게 자활을 준비한 장애인 5-6명에게 바깥생활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남씨도 새해에는 체험홈을 통해 한발짝 더 사회로 나아가고 싶다는 것.

그는 어눌한 말투지만 또렷하게 "새해에는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시설생활이 불편했던 것은 아니다. 시설생활도 여타 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될 정도로 성실히 생활했다.

하지만 남씨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는 것. 한터와 한뜻마을 관계자들도 그가 체험홈에서 생활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한터에서 남씨와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 탁경진 직업훈련교사는 "기용씨는 워낙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며 "글자 나 숫자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출근부 작성을 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지만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은 그 어느 작업반장 못지 않다"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심지어 한터 직업훈련교사들에게 조차 남씨는 존경의 대상이다.

유한솔 직업훈련교사는 "그를 보고 있으면 측은하다는 마음보다는 따뜻한 마음이 든다"며 "묵묵히 자기일을 열심히 하며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사회에도 많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터 관계자 모두 입을 모아 "남기용씨가 열심히 일하고 자립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만큼 청마의 해 2014년에는 꼭 기용씨의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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