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임금 삭감·모든 사업 원점 검토

정부가 공공기관의 개혁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32개 공공기관을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하고, 모럴해저드의 위험 수위에 도달한 공공기관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법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강제적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개혁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임기 중이라도 교체하고, 고통감내 차원에서 기관장 등 임원의 보수를 최대 26.4%를 삭감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1인당 복리후생비가 많은 마사회, 조폐공사, 지역난방공사, 인천공항, 강원랜드 등 20개 기관을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해 방만경영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11일 현오석 부총리 주재로 제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201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국가부채(443조 원)보다 많은 566조 원에 달하는 공공기관의 부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빚이 412조3000억 원에 달하는 LH,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한전(한수원 등 발전자회사 포함),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12개 기관들에 대해 내년 1월 말까지 부채감축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내년까지 사업축소, 자산매각, 복지감축 등 개선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관장을 교체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기관별 부채증가율 당초 전망대비 30% 축소 △모든 사업 원점 재검토 △부채 가중사업 근본적 개편방안 마련 등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12개 공공기관에 제시했다.

정부는 12개 기관이 제출한 부채감축계획을 바탕으로 요금조정, 재정투입, 제도개선 등 정책패키지를 마련해 현재 220%인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을 오는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과거 정부에서 추진해온 보금자리 주택사업, 혁신도시 사업 등 대규모 SOC사업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전기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철도요금 등의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과도한 복지혜택 논란을 빚은 한국마사회, 인천공항공사 등 20개 기관은 중점관리대상에 포함해 정상화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과도한 보수·복리후생 조정 노력, 성과 등이 담긴 가칭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평가지표를 신설하고 이 지표의 평가비중을 8점에서 12점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들 공공기관의 부채감축과 방만경영 개선계획은 이행여부 평가를 거쳐 내년 3분기 중 중간평가를 실시해 부진한 곳은 기관장을 해임건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공공기관의 기관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임원 보수를 최대 26.4%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년 예산편성 지침을 마련했다. 295개 공공기관에 적용 또는 준용되는 내년 예산편성 지침에는 3급 이상 직원의 임금 동결, 총인건비 인상률 1.7%, 60세 이상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와 연계, 업무추진비 10% 감액, 대학생 학자금 무상지원 폐지 등이 담겼다.

현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공공기관 부채 문제는 심각한 상태에 있고 한시라도 해결을 미뤄서는 곤란하다"며 "정부의 정상화 의지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지지가 있는 만큼 상당수 공공기관이 경영 혁신을 위한 비상체제를 만들고 허리띠를 졸라 맨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채 증가가 공공기관의 잘못만은 아니고 복리후생은 사업비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저항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도 공공기관이 이런 상태에 이르게 된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관과 함께 방안을 찾고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저부터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비켜서거나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서겠다. 공공기관장과 임직원, 노조도 반드시 동참할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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