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전정기관 자극 원인… 창쪽 좌석·수면 큰 도움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로 접어들었다. 이 시기 즈음이면 주말마다 넘쳐나는 여행객들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게 마련.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차멀미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아이들이 더 심하게 멀미를 하지만 어른이라고 예외인 것은 아니다.

멀미와 관계되는 감각기관들 중에서도 특히 귀가 중요하다.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신체 균형을 인지하는 세반고리관, 타원낭, 소낭과 전정신경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통틀어 '전정기관'이라 한다. 차의 발진이나 정지 등과 같은 격한 움직임으로 전정기관이 강하게 자극을 받으면 어지러움이 심해지면서 속이 더 메스꺼워지는 것이다.

두려움, 피로감 같은 정신적인 요소도 전정기관에 더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들이다. 가솔린이나 배기가스 냄새를 맡거나 멀미에 대한 지나친 걱정 때문에 오히려 더 심하게 멀미를 하게 된다. 멀미를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인해 생긴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오히려 양측 전정기관에 고장이 나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멀미를 하지 않는다. 전정기관이 유난히 과민한 사람은 몸에 익혀 익숙해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이처럼 멀미는 병이 있거나 몸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전정기관의 기능에 따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병 아닌 병이다.

멀미 예방을 위해서는 배를 타거나 차를 탈 때 흔들림이 적으면서 창문을 통해 차의 흔들림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버스나 자동차는 앞좌석, 비행기는 주날개 위쪽 좌석, 배는 가운데가 좋다, 복도 쪽이나 폐쇄된 공간보다는 창문 주변이 좋으며, 벨트나 단추 등 신체에 압박을 주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심호흡을 하면서 주위의 경치를 바라보면 도움이 된다. 또 차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등을 보인 채 앉는 것보다 앞을 향해 앉는 것이 좋다. 차를 타기 전에는 과식과 술을 삼가야 하며, 차안에서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는 등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잠을 자면 멀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멀미약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멀미약은 전정기관의 기능을 둔화시켜 멀미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스코폴라민제제인 붙이는 멀미약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최소한 출발 4시간 전엔 붙여야 한다. 그러나 이 약은 부작용으로 입이 마르고, 졸리고, 시야가 흐리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의식이 흐려질 위험이 있으므로 어린이나 노약자가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하며, 약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멀미약은 단지 예방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뒤늦게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으며, 차에서 내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그저 편히 드러누워 차가운 공기를 쏘여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가 최선의 응급처치법이다.

오건세 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