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홍보·보존 소홀… 가옥·동상만 썰렁 충북선 성장기 보낸 옛터 산교육 공간 활성화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 위치한 신채호 선생 생가지에 가옥과 동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 위치한 신채호 선생 생가지에 가옥과 동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대전시 중구 어남동에 위치한 단재 신채호(1880-1936) 생가지가 지자체의 관리부실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는 가운데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 체험교육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언론인, 문학가인 단재 선생이 대전에서 태어나 8세 때까지 거주한 만큼 그를 대전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시킴과 아울러 생가지를 청소년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특히 단재 선생이 성장한 충북의 경우 단재사상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여 이와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4일 지역 문화계 등에 따르면 현재 조성돼 있는 생가지는 아마추어 역사연구회인 `옛터를 생각하고 돌아보는 모임`이 1988년 집터를 확인한 후 1991년 시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됐다. 이후 1992년부터 시가 생가지 조성을 시작했고 1996년 11월 8일 단재 동상이 세워지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현재 상주하는 관리인 한 명 없이 우암사적공원 관리직원들이 몇 주에 한 번씩 생가를 방문해 환경미화 활동을 하는 것이 지자체가 관리하는 전부다.

특히 생가지에 대한 지자체의 홍보와 활용 프로그램도 거의 전무해 단재 선생이 고향에서 너무 홀대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종무문화재과 관계자는 "현재 시의 `단재 신채호, 역사로 독립을 말하다. 일편단생 생생체험` 프로그램이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2013년 생생문화재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진행되고 있다"며 "일선 학교와 민간단체에서 탐방 프로그램을 위한 문화해설사를 요청하면 전문 강사도 연결해 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는 이 같은 단편성 지원 보다 시와 시교육청이 연계해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강력 주장하고 있다.

대전문학관 박헌오 관장은 "충북은 이미 1987년 충북교육청에서 단재교육원을 개원해 단재사상을 교육이념으로 전파해 오고 있으며 2006년에는 단재교육자료관을 개관해 단재의 사상을 학생들에게 교육 자료로 보여주는 신교육을 하고 있다"며 "시와 시 교육청이 연계해 지역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중구문화원 조성남 원장도 "단재 선생에 대한 시의 예우는 생가 터와 동상을 조성·제작하고 2002년 `단재 신채호의 현대적 조명`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해 그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 전부"라며 "신채호의 고향 대전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역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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