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향로 용·봉황 숨겨진 뜻

◇대향로의 중심이자 백미인 봉황=백제금동대향로 정상에서 막 하늘 위로 날아가려듯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한 마리의 봉황. 온세상을 다 품어 안으려는 듯한 날갯짓을 하고 있는 봉황은 머리 위로 솟은 벼슬과 정면을 직시하고 있는 예리한 눈, 턱 아래 붙은 보주와 화려함과 유연함을 전해주는 치솟아 있는 긴 꼬리 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봉황의 환상적인 자태는 대향로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품격을 더한다. 대향로 속 봉황은 부리와 가슴으로 여의주를 받치고 있고 그 아래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이 곳으로 연기가 흘러 나오도록 했다. 봉황은 봉과 황의 합성어로 봉은 수컷을, 황은 암컷을 이른다. 상상 속 영원불멸의 새로 일컬어지는 봉황은 오색 깃털을 지니고 다섯가지 음을 낸다고 전해진다. 깨끗한 이슬만 먹으면서 평화로운 세상을 노래하며 살기 때문에 태평성세를 이루는 나라에만 나타난다고 한다. 봉황은 살아있는 생물은 먹지 않는다고 보면서 불교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영물로 여기기도 한다. 때문에 사찰에서는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대웅보전 처마 밑에 봉황을 장식한다. 대향로가 발굴됐을 무렵 학자들 사이에서 '백제금동용봉봉래산대향로'로 이름이 지어졌지만 향로 뚜껑에 있는 새가 봉황인지 아닌지 아직 결정하지 못해 지금은 '백제금동대향로'라 부르고 있다.

동아시아의 박산을 포함해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문헌이나 유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신조이기도 한 봉황은 대향로 속에서 우리 민족의 하늘 새 개념에 중국을 통해 전해진 불교 상징물(여의보주)이 합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대향로의 백미이기도 한 봉황을 중심으로 다섯 명의 악사가 연주를 하고 있고, 다섯 마리의 기러기가 춤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산악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강력한 왕권을 상징하는 용=우리에게 잘 알려진 설화 중 하나인 백제 무왕의 출생담은 삼국유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왕의 이름은 장(璋)이다. 그 어머니는 과부가 되어 서울(익산) 남쪽의 연못가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연못의 용과 관계하여 장을 낳았다. 어릴 때 이름은 서동(薯童)이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의 탄생설화도 이와 비슷하다. 광주(光州) 북촌에 사는 한 처자의 방에 밤마다 자주색 옷을 입은 남자가 찾아와 관계하므로 처자가 그의 아버지의 말대로 남자의 옷고름에 긴 실을 꿴 바늘을 꽂아 두었다. 날이 밝자 그 실을 따라가 보니 북쪽 담 밑에 있는 지렁이 허리에 꽂혀 있었다. 그 후 처자는 아이를 임신해 낳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견훤이다. 이때 지렁이는 용의 변이로 볼 수있다는 점에서 한국 설화에는 신령한 동물인 용을 중심으로 한 탄생신화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백제 말기 조룡대(釣龍臺) 설화도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 당나라 소정방이 금강에서 백마를 미끼로 백제왕을 돕는 용을 낚자 곧 백제가 멸망했다는 것이다. 용이 낚이자 백제가 멸망했다는 것은 백제 왕을 도왔던 용은 사실상 백제의 왕실 또는 왕권을 보호하는 호국용을 의미한다. 또 무왕의 어머니와 관계한 용, 즉 부계가 용이라고 표현된 것은 왕실 또는 왕권을 상징하는, 하나의 절대권력임을 시사한다.

백제 사비시대의 왕권이나 왕실은 보통 용으로 상징된다. 백제금동대향로에서도 용은 위용넘치는 모습으로 향로의 근간을 받들고 있다. 여의주 대신 향로를 물고 용틀임을 하는 듯한 모습의 용은 거대한 신선과 현실세계가 그려진 대향로의 본체를 받들고 있다. 용의 네개의 다리 중 하나의 다리는 하늘을 향해 치켜 들고 있고, 나머지 세개의 다리와 몸통은 둥글게 모아 향로를 안정적으로 받치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좌대로서의 기능을 뛰어 넘는다. 연꽃을 입에 물고 비상하는 용의 모습은 향로 전체에 역동성과 위용을 부여하고, 이러한 용의 형태는 한국 설화에서 갖는 강력한 왕권을 상징한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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