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공직 염두 안둬...새누리당 탈당 없이 정치 중립 지키겠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27일 "안정적 시정운영을 위해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염 시장은 이날 대전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멈출 때는 멈춰야 한다. 늘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소망해 왔다"면서 "저의 진정성 이해해 주시고 남은 기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염 시장의 이날 내년 시장선거 불출마는 지역의 수장보다 지역 어른의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그는 민선 6기 시작과 함께 불출마 결심했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불출마 선언을 지금하는 이유가 있나

"취임 때부터 마지막 임기라 생각했다. 그 동안 선거에 관련된 준비는 일체 하지 않았다. 취임 3주년을 맞는 7월 초에 하려고 준비했지만, 과학벨트 문제가 불거지는 등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그 때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 상황에 맞지 않아 미뤄오고, 휴가철, 을지연습으로 미루다 8월은 넘기지 말아야 겠다 해서 마지막 주인 오늘 한 것이다. (불출마) 원고를 쓴 지 오래됐다. 한 4, 5월쯤 써놨다. 제가 출마를 한다는 전제가 있으면 대전시정이 정쟁의 대상이 된다."

-향후 계획은

"(시장으로) 10개월 여 남은 동안 제 인생의 새 출발 등을 위해 구상하고 준비하겠다. 어느 것이 제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하겠지만, 앞으로 선거를 한다든지 공직을 맡는다 든지 하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일에 대해 속단할 수는 없고 아직 구상이 끝나지 않았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오래전부터 친구니까 앞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그것이 실현될 지도 모르겠다."

-퇴임후 대전에 계속 머물 계획인지.

"대전에서 계속 살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견해는.

"시장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입장에서 후보군에 대한 평가나 제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시민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선거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을 거치면서 시민들이 누가 대전발전을 위해서 필요한가 하는 것을 잘 알아서 선택을 할 것이다. 물론 선거에는 가끔 바람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 대전에서 과거 같은 바람이 불 것 같지는 않다. 시민이 선택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출마 선언이 당 공천을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관측도 있는데.

"내가 그렇게 (정치적으로) 고단수는 아니다.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능력도 그럴 생각도 없다. 취임 때 이미 마지막 임기라고 가족들과 상의를 마쳤고, 아무런 출마 준비도 하지 않았다. 저는 시장직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이 있다. 저의 이 결단이 대전발전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제가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인물의 비교는 아니고 원리의 비교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조지 워싱톤인데, 초대와 2대 대통령을 했다. 그 사람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추앙을 받았다. 그래서 3대 때 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본인이 사양했다. 역사가들은 워싱톤이 3대 대통령 수락했으면 미국 민주주의 이렇게 발전할 리가 없고 왕조가 됐을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워싱톤이 과감하게 물러남으로서 미국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워신톤 결단의 정신이라 할까, 원리라 할까 그것은 똑같다고 본다. 현직시장으로 출마를 포기한 사람은 제가 최초다. 그러한 전통이 대전 발전과 지역 민주주의에 기여할 것으로 본 것이다."

- 탈당 계획은 없나

"현재는 없다. 저는 옛날부터 자치단체장장이 당적을 굳이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공천제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치단체장 출마하는 사람은 당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당적을 특별한 이유없이 탈당하고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제가 탈당을 2번 했는데 탈당을 많이 한 사람으로 알려져서, 탈당하면 상당히 노이로제가 걸린다. 특별한 이유없이 탈당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 법이 정한 범위내에서 자치단체장의 선거 중립을 꼭 지키겠다.

-새누리당 중앙당과 상의는 했나.

"안했다. 아침에 통보는 했다. 사전 상의는 안했다. 그분들의 의사가 어떤 것인지 몰라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아침에 통보만 했다."

-측근들과 상의는

"몇 달전부터 제가 통보를 했다. 물론 만류하는 분도 있고, 그런 좋은 뜻이라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않느냐는 분도 있었다. 문자메시지로 측근은 아니지만 지역 의원들이나 저를 지지해 준 사람들에게 문자로 양해를 구했다."

-심경을 말해 달라

"불출마로 자유와 자존심을 얻고 싶다. 시장은 자존심을 지킬 수 없다. 틀린 얘기 한 사람들에게 틀렸다고 말할 수 없고, 가끔 비굴한 웃음도 지어야 한다. 자존심을 지킬 수 없는 자리가 시장직이다. 끝나면 자유를 얻고 자존심 지킬 것 같아서 행복할 것 같다. 꿈에 부풀어 있다."

-최근 모 시장 후보를 만나서 힘을 보태주겠다 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시장후보들에게 내가 출마하지 않을 것 같은 시사를 했는데 그것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당신과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해도 그것을 믿어주지 않았다. 누굴 만나서 밀어주겠다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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