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초등학생 때,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보자. 수업을 모두 마치고 종례시간이 되면 모두가 꺼내는 알림장과 연필 하나.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쓰기 하듯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썼다. 집으로 가져가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사인까지 받으면 하루를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듯한 기분.

하지만 커 갈수록 알림장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중간에 찾아오는 사춘기라는 과정이 겹치면서 부모님과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는 줄어들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부모님께서는 매 학기마다 비싼 학비를 내주시지만 정작 우리가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어느 교수님 밑에서 수업을 듣는지 등등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러한 생각은 대학교 커뮤니티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발견한 한 장의 글과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남대학교의 페이스북을 둘러보던 중 경영학과에서 학부모님들께 뉴스레터를 보내드렸다는 내용이 눈에 띈 것이다.

학부모님들께 뉴스레터를 보내드렸다고? 어떻게? 왜?!

경영학과의 학생회장 김주호씨(09)를 만나 뉴스레터가 뭔지, 어떤 내용이 있는지 그 궁금증부터 해결했다. 뉴스레터에는 먼저 학과장님, 학생회장, 학부모 그리고 졸업생의 간단한 인사말이 담겨있다. 학생회 임원 중 한명의 학부모님을 섭외했는데 자식이 학과 임원인 만큼 학부모도 과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졸업생의 인사말은 먼저 사회로 나간 선배로서 재학생들에게 모델이 되어줄 뿐 아니라 학부모님들에게도 자식들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또 경영학과의 1년 행사 소개와 이미 지나간 행사의 사진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교수님들의 간단한 이력, 경영학과와 관련된 분들의 연락처, SNS 주소 등이 실려 있다.

어떻게 이런 뉴스레터를 만들게 된 걸까? 김주호씨는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어느 날 학과장님(현영석 교수님)께서 이런 걸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김주호씨에게 던지셨다고. "생각해보면 저희 부모님들은 대학교에 그렇게 큰 등록금을 내주셨는데 자식이 학교에서 뭘 하는지 모르잖아요. 우리 과에서 학생들, 학부모님들을 위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이런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 학생회가 기본적인 틀과 내용을 만들고, 뒤에서 김경진 교수님(경영학과)께서 또 많이 도와주셔서 뉴스레터 1호가 나온 거예요."

만든 기간은 약 일주일 정도. 주로 워드작업에서 오래 걸렸다는 김주호씨는 "방학기간이라 학생회 임원들과 시간 맞추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기 전에 했던 오프 작업은 하루 5~6시간이 걸렸지만 김주호씨는 귀찮을 수 있는 그 작업도 재밌었다고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뉴스레터에 콘텐츠를 담을 때에도 가장 중점적으로 둔 부분이 있었다. 경영학과의 전 학년 인원수가 750명 정도로 많은 만큼 이 인원이 단합되는 것을 가장 중시했다고 한다. "물론 신입생 중심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재학생이 뒷전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희 과 모두가 다 같이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선별했습니다."

뉴스레터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떨까. 김주호씨는 "2학기가 끝나면 2호가 발행될 것 같은데 지금 상태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라며 학생회가 바뀌더라도 계속 추진될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쳤다. "요즘 어느 학교든 학생회 관련 뉴스가 나왔다 하면 안 좋은 이야기들뿐이잖아요. 저는 제 얼굴을 걸고 한 일이기 때문에 학부모님들과 신뢰도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학과 교수님이 과를 생각하는 마음. 학생회장 및 학생회가 과를 생각하는 마음. 이런 마음들이 모여 탄생한 게 한남대학교 경영학과의 뉴스레터 1호(2013년 7월 18일 발행). 과의 일원들을 위한 좋은 취지의 작품이기에 학부모님들이나 학우들에게서도 대체로 좋은 반응이라고 한다. 이러한 뉴스레터를 받은 경영학과 학부모님들에게는 아직도 아이 같기만 한 자식들을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박수진 시민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