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아빠만으로는 좋은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의무를 지워주고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엄격한 아빠도 필요하죠." 대전평생학습관이 매년 특강 형태로 여는 '행복한 아버지 학교'에서 2년째 친구 같은 아빠, 자녀 성장의 멘토 등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대전대 김항중 교수(중등특수교육과·사진)의 자녀교육 철학이다.

맞벌이부부 600만 시대를 맞아 가부장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육아와 가사 분담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들이 최근 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아빠들의 귀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일에 파묻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지난 세대의 아빠들과 달리 요즘 아빠들은 일과 가족의 균형을 잘 맞출 줄 알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김 교수는 "친구 같은 아빠는 '인간적이고 친화적인 아빠'를 의미한다"며 "놀이, 여행, 문화 활동 등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며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아빠"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아빠의 입장에서 보고 판단하고 느끼기보다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며,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자녀가 하는 말과 태도, 행동에 담긴 '숨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경청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그러나 친구 같은 아빠만으로는 좋은 교육이 안 된다고 했다. "엄격한 아빠가 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의무를 지워주는 일이며 규칙을 지키는 일"이라며 "주의할 점은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다소 달라야 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집안일에 대한 의무를 점점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 여전히 가부장적 스타일의 아버지는 어떤 점을 고쳐야 할까. 김 교수는 "자녀에 대한 아빠의 기대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일단 자녀 입장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빠들만의 사랑의 표현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안아주고 비벼주고 토닥거려주는 '허깅'을 자주하라는 것. 또 잘못이나 실수 등의 '부정'보다 성취와 노력을 부각시키는 '긍정' 요법을 확대하는 '긍정의 확대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결국 자녀와 자연스런 대화나 속 깊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자녀가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와의 대화를 꺼리는 경향도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우선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권을 늘려주는 식으로 믿고 맡겨야 한다"며 "여기다 잘못한 일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하고 야단쳐야 하며,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야단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엄마는 결코 줄 수 없는, 바로 아빠만이 줄 수 있는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를 강조했다. 이 효과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 태도와 생활습관, 삶에 대한 가치관 등이 아이에게 각인되는 것이며 그래서 아이의 미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는 "이 효과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발휘되며 한 살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많이 놀아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서너 살이 됐을 때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지수가 높고 인지능력도 우월하다"며 "아버지와 관계가 좋은 아이는 또래와 잘 어울리며 갈등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특히 초등 저학년 시기에 아버지가 적절히 사회적 자극을 준다면 아이는 리더십과 협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느끼는 행복감은 학업성취도와도 직결된다는 것이다.

최태영 기자 tychoi@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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