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김유신 열전 수록 당진 거북산·우두리 거론

 충남 당진시 당진읍 우두리(소시머리)의 거북산의 구봉.  사진=당진시 제공
충남 당진시 당진읍 우두리(소시머리)의 거북산의 구봉. 사진=당진시 제공
3월 재계일(齋戒日)에 구지봉(龜旨峰)에서 아홉 족장(九干)이 203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모였다. 그 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하늘이 나로 하여금 이곳에 새로 나라를 세워 다스리라 명하였다. 그래서 내가 거기로 내려 가고자 한다." 소리가 나고, 6개의 황금알이 담긴 황금상자를 받았다. 몇 시간 뒤 알 속에서 아이들이 나와 여섯 가야국의 왕이 됐다. 그 중 가장 먼저 나온 키가 가장 큰 아이가 '수로(首露)'였다. 그가 바로 김해 김씨의 시조이자 금관가야를 건국한 김수로왕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천손강림(天孫降臨) 신화인 김수로왕 이야기다. '삼국유사' 권2의 가락국기(駕洛國記)에 실려 있는 이 이야기는 김수로왕의 탄생과 건국 과정을 빠짐 없이 설명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경상도 김해 지역을 김수로왕의 탄생지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있다. 같은 책 권 41 김유신(金庾信) 열전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김유신의 12대 조상인 수로는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후한 건무 18년 임인년에 그가 구봉(龜峰)에 올라 가락(駕洛)의 아홉 마을을 바라보고, 그곳에 나라를 세우고 국호를 가야라고 했다. 후에 금관국으로 고쳤다."

김수로의 탄생지가 김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다른 곳에서 온 이방인인 셈이다. 단서는 '거북 봉우리(龜峰)'다.

충남 내포지방인 당진시 당진읍 우두리(牛頭里)에는 거북산이 있다. 거북산의 봉우리가 구지봉이다. 단서는 또 있다. 소의 머리라는 뜻의 '우두리'다.

일본서기에는 일본 왕실의 조상신으로 천신(天神)을 대표하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神)와 지신(地神)을 대표하는 남동생 스사노오노미고토(素盞鳴尊)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하늘 나라의 쿠지후루에서 다스릴 만한 곳을 찾다가 일본 땅에 내려온다. 어느날 아마테라스는 눈물 짓는 동생에게 왜 우느냐고 묻는다. 동생은 어머니가 살던 고향인 한향(韓鄕)의 소시머리(曾尸茂梨)에 가고 싶어서 운다고 답한다. 일본의 조상신이 살던 땅이 한국 땅이고, 고향이 '소의 머리'라고 불린 곳이라는 의미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종합해 보면 재미난 결과가 나온다. 김수로왕은 태어난 곳이 어딘지 모르고, 그가 거북 봉우리라는 곳에서 다스릴 만한 곳을 찾았고, 스사노오노 미고토는 어머니 땅인 소의 머리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일본의 고대사가 한국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남 내포지방인 당진의 소시모리(우두리)에 살던 김수로왕이 거북 봉우리(구지봉)에 올라 동쪽의 땅으로 진출해 나라를 세우니 금관가야가 됐다는 이야기가 완성되는 셈이다.

한일 고대사의 정립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내포의 이야기도 진행형이다. 내포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다양한 변수를 모두 열고 담아내 녹여내는 용광로와 같아야 한다. 김수로가 목지국의 진왕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권성하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권성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