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겨울철 맛 탐방

유난히 추운 올해 겨울, 따뜻한 아랫목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물이 더욱 생각난다. 강추위로 잔뜩 움츠러 들게 되는 몸과 마음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벼운 나들이로 마음에 여유를 불어 넣고 제철의 풍미를 음미할 수 있는 `별미 기행`이 방법이다. `바다=여름`이라는 공식과는 달리 서해안은 겨울철 별미들이 풍성한데다 나들이 명소도 산재해 있어 하루나 이틀 정도의 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특히 서해안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칼바람이 부는 겨울을 지나 봄까지 먹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겨울철 서해안과 인접한 충남 6개 시·군은 저마다 특색 있는 먹거리를 선보이며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대천해수욕장과 머드축제로 유명한 보령은 겨울철에는 일명 간자미(가오리)가 진미로 꼽힌다.

서해안 중에서도 보령을 비롯, 태안 등 천수만 일대에서 주로 잡히는 심해성 어종인 간자미는 담백한 맛과 함께 새콤달콤한 무침으로 입맛을 돋운다. 주로 2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해 3월부터 5월까지 봄철에 가장 많이 잡히는 간자미지만 이른 겨울철에도 시원하고 담백한 간자미 탕을 찾는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간자미와 함께 키조개로도 유명한 오천항은 인근 해역의 각종 어획물이 집중 유통되고 있다.

바다향을 가득 머금은 보령 천북면의 굴은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통영 등 남해의 양식굴과는 다르게 갯벌에서 자라는 천북 굴은 그 맛과 향이 일품이다.

굴이 좋은 곳은 천북 만이 아니다. 서산 부석면의 간월도 역시 예로부터 이름난 굴 생산지다. 11월 중순부터 굴 채취가 시작되는 간월도에는 관광객들이 찾아와 어리굴젓을 찾는다. 과거 왕조시대 임금님 수랏상에도 올랐다고 전해지는 어리굴젓은 특유의 매콤한 맛으로 각광을 받았다. 재료는 소금과 고춧가루 그리고 간월도 인근에서 채취된 굴이 전부지만 그 맛은 일찍이 인정받았다.

겨울철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서천의 물메기 매운탕이 제격이다.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 11월 말부터 겨울철 내내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두루 잡히는 물메기는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이 특징으로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서천에서는 물잠벵이탕으로 불리는 물메기 매운탕은 홍원항 일대 음식점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과거 정약전 선생이 남긴 `자산어보`에도 물메기가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고 묘사돼 있어 이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최고의 자연선 광어 산지이기도 한 서천에서는 광어와 도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연간 500여t에 달하는 자연산 광어가 수확되고 있으며 청정해역에서 자란 특성으로 고급화 돼있어 싱싱한 광어회를 맛볼 수 있다.

태안에서도 특색있는 탕을 맛볼 수 있다. 한 예능 방송프로그램에서 가수 은지원씨가 자신이 맛본 최고의 음식으로 극찬하면서 전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난 게국지가 그 주인공이다. 태안반도의 향토음식인 게국지는 김치와 함께 박하지(돌게), 능쟁이(칠게), 황발이(농게)를 비롯해 늙은 호박 등을 넣어 숙성시켜 두었다가 맛이 들면 끓여낸 탕으로 살짝 삭힌 냄새가 있지만 그 특유의 감칠맛은 비교할 대상이 없다. 게국지와 양대산맥을 형성하는 우럭젓국의 깊은 맛도 놓치면 아쉽다. 소금간을 해 말린 우럭을 쌀뜨물을 넣고 갖은 채소를 곁들여 끓여낸 음식으로 우럭의 뼈와 살점에서 우러나는 하얀 국물은 곰국의 깊은 맛에 못지 않다.

깊은 바다내음을 뒤로하고 두툼한 육질이 생각난다면 홍성 한우가 제격이다. 지난 4월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상을 수상하기도 한 홍성 한우는 토질이 좋은 지역의 볏집과 알곡을 섞을 사료로 사육돼 육질이 타지역 보다 월등히 연하고 마블링이 섬세한 것이 특징이다. 첨단 육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홍성 한우는 육즙의 맛과 향이 우수한 전통의 고기맛으로 전국민을 사로잡고 있다.

홍성에서는 한우 뿐 아니라 서해안 일원에서 재래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 광천김, 천연자연발효법으로 영양소가 농축된 광천토굴새우젓이 어우러져 육·해의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겨울철하면 생각나는 고급 조개인 새조개 역시 홍성에서 반드시 놓칠 수 없는 먹거리다.

입맛을 잃었거나 진미를 맛보고 싶다면 실치, 대하, 전어, 꽃게, 꼴뚜기, 갑오징어, 바지락 등 수많은 해산물을 철마다 맛볼 수 있는 서해안으로 떠나 보자. 김석모 기자 ksm1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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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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