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생 사례

대형유통업계와 골목상권의 상생을 위한 논의가 거듭되면서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상생의 실마리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부산은 지난 6월 지역 중소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동래구 메가마트는 자발적으로 마트 내 식당의 영업을 접고 마트와 인접한 다른 중소자영업자 음식점에 손님이 갈 여지를 남겼다. 중소자영업자는 메가마트 옆 작은 상가를 찾은 고객들도 화장실이나 편리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 윈윈이라 판단한 것이다. 판매품목이 다소 겹치기는 하지만 서로 같은 상인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것도 주효했다.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례 제정이 이어지면서 부산시와 동래구는 지난 7월 메가마트의 영업시간을 두고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결국 동래시장과 명륜 1번가상가가 상생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예외로 인정받고 오전 3시까지 영업할 수 있게 됐다.

대전 한민시장과 한민마켓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인접해있지만 서로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다. 물량공세와 유통망을 내세운 SSM 보다 한민마켓이 상품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오히려 SSM으로 유입되는 손님의 방패막이 돼주기 때문이다. 대신 전통시장의 주력품목인 농산품 만큼은 신선도와 싼 가격을 유지해 손님의 발길을 사로잡으려 노력한다. 정확히 대형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이 직접 상생을 꾀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전통시장과 보다 큰 규모의 유통업체가 경쟁하면서도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훈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한민마켓이 시장 입구에 위치해 SSM으로 가는 손님을 시장으로 인도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며 "한민마켓과 한민시장은 경쟁관계이면서도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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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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