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CEO를 만나다 - 이연홍 삼건 대표

어둡고 힘들기만 했던 삶의 전환점 앞에서 긍정의 힘과 나눔은 그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어버린 삶의 방식이 벅차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눈 앞의 이익보다 어려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색다른 사업가 정신으로 지금까지 기업을 이끌어왔다.

이연홍(55·사진) 삼건 대표는 지난 2007년 남편과 사별한 후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대표직을 맡으면서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자수성가해 빚 한푼 없는 우량기업으로 삼건을 키워온 남편에게 뒤늦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물밀듯 밀려왔고 일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직원과 거래처, 경쟁사들과 부딪혀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남편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가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허전함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결재서류가 올라오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일에 관해 무지했고 직원들 간의 갈등이나 거래처와의 불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로 많이 울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어린 나이에 사업에 뛰어든 두 아들을 보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힘들기만 했던 그 시간을 꿋꿋하게 버텼다.

특히 바라는 것은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긍정의 힘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어려움까지 보듬었다.

웃음치료사자격증도 취득했다. 기업 안팎으로 항상 웃음이 함께하는 경영을 추구하고 싶어서 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삼건은 지난 5년간 큰 부침 없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내 일뿐만 아니라 남 일도 내일 같이 하자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추구하고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는 신용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지난 5년을 보냈다"고 회상한 이 대표는 "다행히 이전보다 인력이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와중에도 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공사를 수주하면서 어음부도 한번 안내고 직원들 월급이나 세금도 거른 적이 없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크고 작은 기부활동도 끊임없이 지속해왔다. 적은 수입이라도 형편에 맞게 나누자는 생각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이 발생하면 항상 일부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했다.

앞으로도 그는 정직한 공사를 통해 소비자를 웃게 하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사회의 소외계층을 돌보는 여성CEO로 살아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공사자체도 많지 않고 동종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직한 공사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며 "단순히 색을 칠하기 때문에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까지 곁들여져 더욱 아름다운 집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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