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고민에 들어갈 때쯤, 카페로 고대(?) 유행어의 당사자 임혁필(40)이 들어왔다.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왔기에 "일찍 오셨네요?" 하니, "예~ 할 일도 없는데 일찍 와야죠"라며 다소 썰렁한 답변이 돌아왔다. 개그맨인 줄 알았더니, 그건 배신이었다.
시청자의 영원한 하인(귀족출신의 하인 강조) 임혁필이 잘생긴 외모만큼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17일 샌드아트(Sand Art)와 마술쇼를 접목한 넌버벌 퍼포먼스 `펀타지쇼(FUNtasy Show)`로 대전을 찾은 아티스트(본인 강조) 임혁필과 OX인터뷰를 진행했다.
-임혁필, 잘생겨지더니 진지해졌다? NO
"나 수술했잖아"
주위에서 `잘생겼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들어앉을 정도로 들었다. 잘생겼다가 아니라 잘생겨`졌다`일 것이다. 이미 다 아는 얘기인데, 툭 말한다.
"수술해서 잘생겨진 거 알잖아" 내가 편하게 말하면 그제야 "임혁필이네~" 한다.
외모는 전과 달라졌지만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게 나다.
개그콘서트에 세바스찬으로 등장할 때도, 책을 쓸 때도, 전시회를 열 때도 항상 유쾌한 임혁필이었다.
울퉁불퉁했던 치열이 가지런해지니 진지해졌다고 하는데 아직도 젊은, 세바스찬이다.
"진지? 너 나가있쒀~"
-임혁필, 방송욕심 있다? YES
지난 7월 케이블 프로그램 `코리아갓탤런트2`에 나갔을 때 시청자들은 "어? 개그맨 임혁필이네? 근데 저게 뭐야?" 놀랐었다.
말로 먹고 사는 개그맨이었지만 코갓탤2에는 모래와 큰 기계를 들고 나와서 `말없는 공연`만 펼쳤으니까. 말을 접고 모래를 펼쳤다.
당시 방송 나간 건 "나 이런 거 해요"라고 홍보하고 싶었었다. 무리수를 둔거다. 아마추어의 세계를 넘본거다. 탈락한 후에 반성 많이했다.(당시 `임혁필 코갓탤2 탈락 굴욕` 기사 쏟아짐) 건방지지 않았나, 새롭게 무언갈 하려면 겸손하게 준비해야겠다는 거.
그럼에도 여전한 개그맨이고, 방송도 내가 할 곳이다.
-임혁필, 성격있다? YES
"아 커피를 내리고 있나봐요"(탁탁탁 커피가루 내리는 소리가 들리자 앞니로 입술 물고 짜증난다는 듯이) 아 이런 성격이 아니고.
"근데 왜 반말이니~"(배재대 캠퍼스에서 남학생들이 `잘생겼다`며 반말하자) 또 이러네. 내가 한 성격해.
대부분 사람들이 잘나가는 개그맨하다가 샌드아티스트로 왜 발길을 돌렸냐고 말한다. 개그콘서트 방송을 하면서도 대학로에서 계속 공연을 했다. 언젠가 색다른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 대학 전공이 그림이었으니까(청주대 서양학과 출신) 그림이면서도 공연인 게 있었다. 샌드아트, 샌드 애니메이션이었다. 영상보고 독학해 배웠다. 모래도 뭘 쓰는지 알려주지 않아 거의 왕따 당하듯 혼자 재료찾고 다녔다.
샌드아트는 인생과 닮았다. 하면할수록 느껴지고 그래서 관객과 공감대 형성이 더 커진다.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고, 마지막엔 다시 그림은 사라진다. 그 과정이 인생과 닮지 않았나. 독학하고 재료 찾으러 다니고, 철학도 얻게됐다. 전국 콘서트 기획한 추진력은, 이런 성격 말하는거지? 그런 내 마음가짐에서 나왔다.
-임혁필 샌드아트,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떴다? YES
대중에게 더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다. 펀타지쇼는 계속 매진이었다. 내가 연출했다고 소문나면서 다른 공연보다 홍보가 더 잘다고, 연예인이라는 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서는 오히려 연예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말을 함으로써 생기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넌버벌 퍼포먼스에서는 오히려 그들만의 해석이 공연을 여러 시각으로 보게하는 거다. 말과 행동이 잘 결합하면 정말 좋은데 대사가 없다고 표현되지 않는 건 아니다.
관객은 와서 즐기는 마음만 갖고 오면 된다. 어렸을 때의 순수했던 마음, 꿈을 그렸을 때의 설렘, 그런 마음이면 공연에서 연예인을 본다는 것 외에 더 큰 것을 마음에 담아갈 거다.
-임혁필, 신문 1면 장식했다? NO
80살이 됐을 때엔 신문 1면을 장식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으로? 팔순잔치에 초대된 팔순의 mc 임혁필로. 펀타지쇼를 하면서 관객은 희망을 얻어간다고 한다. 난 그런 꿈을 꾼다. 늙어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 그게 꿈이다. 팔순잔치 주인공은 `에~`하는데 난 그 옆에서 mc를 본다. 그럼 신문 1면에 나지 않겠나, "쟤 아직도 활동하네?" 이렇게.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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