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갑부' 김갑순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1호 부동산 투기가 벌어진 건 유명한 일화다. 그 중심에는 '공주갑부' 김갑순(金甲淳·사진)이 있었다.

김갑순은 묘한 인물이다. 1872년 공주에서 태어난 김갑순은 공주감영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던 '관노' 출신이다. 어느 날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꾸는 사건이 벌어진다.

투전판에서 불량배들에게 희롱 당하던 여인을 구해 주는데 그녀가 며칠 뒤 충청감사의 첩이 된다. 여인이 뒤를 밀어주면서 총순(總巡·경찰) 자리에 오르고 1902년엔 부여군수까지 꿰찬다. 이후 무려 6곳의 군수를 거치면서 김갑순은 돈방석에 앉는다.

그에겐 재물을 모으는 기막힌 재주가 있었다. 대전이 호남선의 출발점이 된다는 정보에 대전 땅의 40%(22만 평)를 사들였고, 투기 목적의 도청 이전에 팔을 걷어붙인다.

일본 관리에게 로비를 벌이고, 급기야 대전 땅 1만 9800㎡를 기부한다는 약속까지 한다.

고향을 버리고 사욕을 채우는 김갑순에게 공주 사람들의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김갑순이 경영하던 극장 '금강관'에 불이 났지만 공주의용소방대원들은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뒤에는 훈련을 핑계로 예고 없이 극장에 물을 뿌리는 일도 잦았다.

재미난 것은 1931년 도청 이전이 확정되자 김갑순이 버티기에 들어간 사건이다. 국내 1호 땅투기에 1호 알박기가 탄생한 순간이다.

하지만 도는 기존 예정지 대신 다른 곳에 신청사를 짓겠다는 거짓 계획을 발표했고, 1후보지로 현재 선화초등학교, 제2후보지는 법원 자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결국 김갑순이 손을 들고 만다. 당시 감사골이라 불리던 현 충남도청 일대 땅 1만 1596평은 그해 6월 27일 평당 4원에 팔린다.

강보람 기자 bora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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