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현 대전일보 사장(왼쪽)과 공자 75대 적장손 쿵샹카이(孔祥楷)선생이 지난 9월 28일  유교사상과 관련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취저우 강은선 기자
남상현 대전일보 사장(왼쪽)과 공자 75대 적장손 쿵샹카이(孔祥楷)선생이 지난 9월 28일 유교사상과 관련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취저우 강은선 기자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공자의 75대 적장손 쿵샹카이 선생은 `논어`의 한 구절로 한국에서 온 손님을 반겼다. 공자의 적장손은 첫 눈에 특유의 기품과 남다른 풍모가 느껴졌다. 대담을 진행하면서 쿵샹카이 선생은 답변에 박식함과 유머를 적절히 담아냈다. 공자의 현대적 계승과 청소년에 대한 유교사상의 교육이라는 대목에선 눈빛에 힘이 들어가고 어조에도 방점이 찍혔다. 지난해 대전을 찾아 충남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대전시청을 방문하기도 한 그는 유교적 전통이 살아 숨쉬는 대전과 충청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공자와 유교사상을 키워드로 더 많은 교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다음은 남상현 대전일보사 사장·발행인과의 대담 전문.

-공자 가르침의 핵심은 아무래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쿵샹카이 선생께서는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어떠한 교육을 어떻게 받았나. 어릴적 쿵 선생은 어떠한 어린이였나?

"우선 나는 어릴적 많이 맞고 자랐다.(웃음) 나는 말을 매우 안 듣는데다 고집도 센 아이였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 할머니는 항상 나에게 물었다. `오늘 한 일 중에 잘못한 일이 없느냐` 내 대답은 항상 `잘못한 건 없어요`였다. 물론 할머니가 모를 거라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지만, 할머니는 늘 내가 무얼했는지, 잘못한 건 뭐였는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잘못한 것은 직접 얘기를 듣고 일러주려 한 것이었는데 나의 거짓말이 할머니를 화나게 해 항상 맞았다. 매우 엄하게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엄하게 길러주신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 중국에는 `귀한 자식은 매로 키우라(棒棍之下出孝子)`는 속담이 있다. 엄한 교육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그 것이 유가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공자 후손이라는 것에 대해 부담은 느끼지 않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공자의 후손이라는 압박감이 있지만 그 만큼의 책임이 있다. 8년 전 2004년 처음 공자탄신 기념 제례를 시작했을 때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했다. 남종가묘에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사람들도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왜냐면 내가 뭘 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오늘 제례가 모두 끝난 뒤 남종가묘의 일하는 사람들이 내게 와서 `쿵 선생님, 모두 원만하게 끝났습니다`라고 말했다. 난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세상 일에 어렵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나"

쿵샹카이는 한 달 전부터 이번 제례를 준비했다. 제례의 식순부터 초청장 발송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었다. 행사에 쓰인 공자찬가와 대동송도 그가 논어를 비롯한 유가경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곡을 붙였다. 어린 학생들이 제단에 서서 논어를 암송할 때는 그가 새롭게 펼쳐나갈 유교 사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유교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나.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남종가묘에서는 연필에 공자의 말씀을 새겨 매년 어린학생들에게 선물한다. 그럼 그 학생들은 그 연필을 소중하게 사용한다. 연필을 보면 논어가 두 마디씩 새겨져 있다. 한 세트에 6개이니 모두 12마디의 논어를 자연스레 읽는 것이다. 학생들이 만약 이해 못하면 보통 부모한테 물어본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부모가 대답해 주고, 부모가 모르면 사전을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고 배워서 자기 아이에게 가르쳐 주게 된다. 그렇게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이뤄갈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공자사상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아이들이 10년 혹은 20년 뒤의 우리(공자 후손들)의 미래다. 이렇게 작은 일부터 하면 된다. 그것이 내 역할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교사상이 나라의 근간이 돼 왔고 현재도 유교 사상과 전통의 계승을 중요시 한다.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공자의 후손이자 민간외교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공자의 후손으로서의 내 역할은 지금처럼 공자의 제사를 주관하고 유가 사상을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 등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다. 정부를 대표하는 교류보다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해야 할 일, 예를 들어 세계에 유가 사상을 어떻게 보급하고 홍보할 것인가 등이 주가 될 것이다. 정부의 필요 차원에서 교류를 하는 게 아닌, 친구로서 교류를 하는 게 중요하다. 형식적인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대전시의 친구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그런 일들은 작지만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런 것이 어찌보면 민간외교관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여기서 시를 인용했다. 두보(杜甫)의 춘야희우(春夜喜雨)에 나오는 한 귀절이다. 쿵샹카이는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수풍잠입야 윤물세무성)`을 읊었다. `바람따라 몰래 들어와 소리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신다`는 뜻이다. 민간외교관으로서 작은 일부터 행하면 큰 일도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공자사상은 엄격하면서도 오래돼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공자탄신 제례를 보니 의식이나 노래, 의상이 매우 현대화 돼 있다. 취저우시는 공자 사상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고 들었는데.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유가이야기, 공자의 삶을 배운다. 중학교에서는 유가말하기대회 등이 열린다. 고등학교는 유가사상에 관한 토론을 하는 등 학년 별로 유가사상 교육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딱딱한 강의 외에도 유가사상 관련 연극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학교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에서 권장하고 있다. 취저우시 교육부에서 유가사상을 가르치는 데 앞장선다. 유가 사상 자체가 엄격하고 전통적인 사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논어책을 보면 공자가 얼마나 유머러스한지 느낄 수도 있는데 다만, 다른 학자들과 비교하다보면 엄격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자는 신이 아니다. 후대 학자들이 신격화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공자는 보통 사람이다. 사실 유명한 사상이 나오는 게 실제 생활과 밀접해야 가능하다. 형식적인 것은 신경쓰지 말고 실제의 것을 봐 달라."

이는 쿵샹카이가 시도하는 제례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보통 사람으로서의 공자`를 강조한 것이다. 가묘 대성전 위패엔 `대성지성선사위(大成至聖先師位)`라고 쓰여 있다. 원래 위패에는 `대성지성선사신위(大成至聖先師神位)`로 신(神)자를 쿵샹카이가 빼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성균관대에서는 제사를 전통에 따라 엄격하게 하고 있었다. 그것이 공자의 가르침과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생각에 옳다고 하는 것을 그대로 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27일 공자 탄신 2563주년 제례 전야제에서는 평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논어를 공부하면 세상에서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날 세계의 모습과 흐름은 어떻다고 보는가.

"정부가 관여된 것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 세계는 하나가 돼야 한다. 논어에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라는 말이 있다. 세계인 모두 친구가 될 수 있고 형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민간 교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현재 중국의 주변국가인 일본과 한국 역시 국가간 문제가 복잡하다. 공자의 유가 사상을 잘 배웠다면 그런 문제를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떻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이를 너무 예뻐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중국은 자녀가 한 명밖에 없기 때문에 엄격한 가정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뭐가 옳고 그른지 잘 모르기 때문에 계속 보면서 지적해야 한다. 무조건 혼내고 때리는 게 아니라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일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논어를 보는 게 정답이 될 수 있다.(웃음)"

-대전일보사에서는 지난 달 21일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이해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역에서는 처음 열렸다. 국가간을 넘는 심포지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잘 알고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본다. 특히 충청도는 유가사상이 뿌리 깊게 내린 지역으로 앞으로도 공자 사상과 관련한 심포지엄을 지속하려고 한다. 대전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중국 취저우시와 한국 대전시는 자매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자`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양 국과 양 시의 학교간, 언론사, 기업간 교류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남 사장님이 말한 것처럼 서로가 친해지기 위해서는 제대로 잘 아는 게 중요하다. 아래서부터 교류가 활발히 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관계가 더 동등해지는 거다. 취저우일보와 대전일보사가 앞으로 교류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여기에서도 내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정리=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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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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