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치과 교수

최근 치과에 내원한 40대 남성 박모씨는 매 식사 때마다 음식을 먹으면 시큰거리고, 찌릿한 치통을 느꼈으나 입안에 충치도 없고 잇몸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더 심해져 결국 치과를 찾았고 치아 균열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치아를 금으로 싸야 하고 신경치료를 할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발치를 할 수도 있다는 치과의사의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박모씨는 평소에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즐겨 먹는 습관으로 치아 교합면의 마모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몇 개월 전에는 왼쪽 어금니를 발치하게 되면서 오른쪽만을 이용해 음식물을 씹었던 것.

이렇게 치아에 반복적인 힘이 가해지거나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치아가 견디지 못하고 미세한 균열이 생기게 된다. 치아에 균열이 가서 씹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는 경우를 '치아 균열 증후군'이라 한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단단한 음식을 씹거나 찬 음식을 먹으면 다소 시큰거리는 느낌이 드는 정도로 인식할 수 있다. 육안으로는 증상 여부를 확인 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방사선 사진으로도 진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환자의 증상을 듣고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증후군이 더 진행되면 뜨거운 음식이나 차가운 음식이 닿을 때 치통을 유발하는 가스가 치아 안에서 팽창과 수축을 통해 균열 부위를 자극해 심한 통증을 느끼며, 균열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치아끼리 닿기만 해도 치통이 느껴진다.

이 정도의 통증이 나타날 때는 고무재질의 균열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해 치아 중 일부분만 기구에 닿게 하고 씹어 보게 하여 아픈 곳을 찾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진행이 어느 정도 경과된 균열치의 경우에는 치아 염색이나 치과용 광중합기 등을 비춰 균열된 부위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번 균열이 간 치아는 자연치유가 되지 않아 되돌릴 수 없고 치아 뿌리까지 균열이 내려가면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발견하는 즉시 치아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의 균열치는 금이나 세라믹 등으로 치아를 씌워 균열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여 치아를 보존할 수 있다. 균열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신경에 자극을 주거나 통증이 있는 경우 치아를 씌우는 것과 신경치료를 병행해야 하며, 균열이 뿌리 쪽까지 심하게 진행되면 치료가 불가능해 발치를 할 수도 있다. 균열이 뿌리 쪽까지 많이 진행될수록 증상이 심할 수 있으며, 한번 균열이 생긴 치아는 다시 붙지 않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불편한 증상이 잔존하거나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 결국 균열치의 경우 진단이 어렵고 치료 후 예후도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며 증상이 있는 경우 가급적 치과에 방문하여 검진을 받고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치아 균혈 증후군은 평소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좋아하거나 치아에 큰 수복물이 있는 경우, 치아에 충치가 존재하거나 치아의 마모가 심한 경우, 이를 악물거나 이갈이 습관이 있는 경우,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거나 음식을 씹는 도중 단단한 것을 잘못 씹은 경우, 치아로 병뚜껑을 따거나 교통사고나 운동 중 물리적인 충격을 입었을 때 치아 균열 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치아 균열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먹을 때 주의해서 먹고, 장시간 한 쪽 치아만 사용하지 않으며 치아로 병뚜껑을 따는 등 치아에 무리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음식을 씹을 때마다 아프지는 않지만 가끔 씹을 때 순간적으로 깜짝 놀랄 정도로 아픈 경우나 치아가 닿기만 하여도 아픈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치과를 방문하여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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