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에 미래 있다] ③ 아빠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30년 이상 몸 담은 일터를 떠난 은퇴자들이 사회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은퇴자 대부분은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하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대전 중구 중촌동에 자리잡은 `(주)아빠손`(대표 곽두현)은 이 같은 60대 이상 은퇴자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민과 어려운 이웃으로부터 뜨거운 호응도 얻고 있다.

올해 3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뒤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다양한 판로를 모색 중인 아빠손을 살펴봤다.

◇ 60대 위한 일자리 `아빠손`에 있다=지난 3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아빠손(대표 곽두현·중구 중촌동)은 정년퇴직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기 쉬운 60대 이상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일하면서 숙련된 기술을 익혔지만 나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60-70대를 위해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곽두현 대표는 "몸은 여전히 건강하지만 정년퇴직 후 마땅한 일자리 없이 사회로부터 소외될 수 밖에 없는 60-70대가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것이 아빠손의 취지"라며 "실제로 아빠손에서 일하는 직원 5명은 모두 60대 이상으로 가장 연장자인 70대 어르신도 정정하게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에 생기가 넘치게 된다는 것이 곽 대표의 설명이다.

큰 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보다 자신있고 당당하게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활력소를 제공하는 셈이다.

◇ "아빠손을 빌려드립니다"=아빠손이라는 이름은 "아빠손을 빌려드립니다"라는 구호에서 비롯됐다.

가정에서 주부가 직접 해결하기 힘든 일들을 아빠손처럼 듬직한 손으로 해결해주겠다는 의미다.

하는 일도 매우 다양하다.

전기, 수도, 세면기, 변기수리부터 도배, 페인트칠, 가전제품수리, 폐기물처리, 간단한 이사, 각종 심부름까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서슴없이 일손을 빌려주지만 아빠손의 출장비는 저렴하기만 하다.

수준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일손이 필요할 때 부담없이 부를 수 있다는 점이 아빠손의 강점이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에게는 특별히 할인된 가격이나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는 분기마다 한 고아원을 찾아 시설보수 등 무료봉사를 펼치고 있다.

아빠손은 앞으로도 고아원 등 시설기관이나 혼자사는 장애인가정에 분기마다 무료봉사반을 파견할 계획이다.

정덕진 아빠손 사무국장은 "아빠손의 인력과 기술을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시설기관 등에 제공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대전 내 시설기관에서도 아빠손의 소식을 듣고 먼저 일손을 부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아빠손이 오래도록 지속되려면=아빠손은 사회적기업으로서 순기능을 지속하기 위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아빠손 홈페이지(www.appason.co.kr)에 마련된 `일맡기실분`과 `일하실분` 메뉴가 그 중 하나다.

이는 일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적합성을 고려해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아빠손이 나서서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마련됐다.

현재는 아빠손이 적은 자본으로 공장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충분한 인력풀(Pool)을 축적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에 맞춰 연결해주는 촉매기업의 역할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아빠손은 이를 통해 전문적인 서비스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 대표는 아빠손이 자리를 잡으면 향후 텃밭보급소에도 도전해 유기농 농법을 교육시키고 텃밭문화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시민들이 직접 유기농 채소를 가꿔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유기농 재배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곽 대표는 "공공기관에서 활용하지 않는 땅을 저렴하게 임대해 유기농 농법을 가르쳐주고 적합한 채소를 기를 수 있도록 텃밭을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며 "각 가정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를 수매해 건강한 식사법을 가르치는 모범식당을 설립해보자는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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