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붐 세대 은퇴후 창업 열풍

장성호(58·가명)씨는 전형적인 베이비부머다. 장씨는 20여년을 몸담은 제조업 회사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온 뒤 `은퇴 후 제2의 인생`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큰 아이와 대학교를 다니는 작은 아이까지 어깨가 여전히 무거운 탓에 오래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20년 넘도록 조직생활을 해온 그가 돌연 창업자로 변신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생존율이 5% 미만이라는 창업시장에서 어떤 아이템으로 살아남아야 할지 막막했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도 익숙지 않았다. 결국 그는 수소문 끝에 시니어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았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제2의 인생을 위한 은퇴자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아직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해결책은 바로 창업이다. 올해 1분기 신설법인 수가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 결과는 `시니어 창업`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니어 창업자가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무작정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를 경험한다. 창업에 대한 기본기를 갖추기 위해 은퇴자가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교육과 지원제도에 대해 살펴봤다.

◇준비된 자가 승리한다=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린 시니어 창업 열기가 뜨겁다. 최근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설법인 수는 1만 904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5665개보다 21.6%(3383개)나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30.6%로 가장 증가 폭이 컸고 `50대`와 `40대`가 각각 29.1%와 21.8%로 뒤를 이어 40세 이상의 `시니어 창업`이 대폭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창업의향을 묻는 조사에서는 `40대`의 92.7%, `과장급` 95.2%가 창업 의사를 밝혀 은퇴 후 창업을 생각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서 자영업자의 비중은 2008년 기준 31.3%로 OECD 평균인 15.8%의 2배 수준에 달하고 있지만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저조한 매출로 세금조차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시니어 창업자가 1-2번의 실패를 경험하는데 이는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은 탓이 크다. 소위 말하는 `대박 아이템`에 현혹되기 보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적어도 1년 정도의 치밀한 준비기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행에 옮기는 시니어 창업자는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은퇴 이전부터 창업에 대한 기본기를 익힐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이재천 KT 시니어창업스쿨 담당자는 "대부분의 시니어 창업자가 은퇴를 한 뒤에야 창업을 준비하기 때문에 창업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은퇴 이전부터 창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자신의 경력이나 성향을 고려해 현실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예비 은퇴자를 위한 창업교육시스템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니어 창업 교육 활용하기=시니어 창업스쿨은 만 40세 이상 시니어 창업희망자에게 창업준비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시니어 창업스쿨에서는 은퇴자가 자신의 경력이나 특기, 역량, 희망진로 등을 파악해 창업 적합업종을 택할 수 있도록 돕고 실습과 코칭을 중심으로 창업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은 총 80시간 이상으로 구성되고 교육비의 80%를 국비로 지원해준다.

올해는 전국 31개 교육기관에서 2700명 가량을 지원하는데 대전지역에서는 KT시니어창업스쿨이 창업교육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농특산물 재배·가공` 과정을 시작으로 `컴퓨터 유지보수 서비스`, `시니어 서비스 창업` 등의 창업교육과정을 마련했고 총 86명의 시니어가 교육을 받았다.

컴퓨터 유지보수 서비스 창업교육을 들은 서모(57)씨는 "처음에는 창업교육이라는 개념자체가 매우 생소했지만 교육을 수강하고 나니 창업에 대한 막연함이 어느 정도 사라져서 좋았다"며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교육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불안감도 컸지만 70대 어르신이 창업스쿨에 찾아와 열정적으로 배우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창업 단기 교육과정도 있다. 은퇴 후 인생설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창업이나 재취업의 기초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다. 자신의 경력이나 네트워크, 전문성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창·취업 정보도 제공된다.

◇시니어 창업 지원제도는=시니어 창업자에게 사무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시니어 비즈플라자`나 시니어 창업자 간의 모임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지원사업 등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현명하다.

시니어 비즈플라자는 무료 사무공간 외에도 전문가 자문·상담, 커뮤니티 활동지원, 창·취업 관련 교육 및 세미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매니저가 상주해 있기 때문에 창업 준비, 아이디어 구체화, 사업실행 등 단계별로 맞춤형 상담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해 서울과 경기, 부산, 대구 등에서 총 7곳의 비즈플라자가 운영됐으며 올해는 광주, 울산, 강원 등에 4곳이 추가로 지정됐다.

커뮤니티 지원사업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시니어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활동비나 세미나 비용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니어 비즈플라자나 시니어넷(www.seniorok.kr)을 통해 커뮤니티 지원신청서를 내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시니어창업스쿨 수료자나 시니어 비즈플라자의 입주자를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의 창업자금도 지원해 준다.

지원조건으로는 시니어창업스쿨에서 수료한 교육업종과 사업자 등록증의 업종이 같아야 하며 시니어 비즈플라자 입주자의 경우 3개월 이상 입주해 컨설팅과 자문, 교육을 15시간 이상 받고 총괄매니저의 자금추천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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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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