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익 소장과 함께하는 공부 잘하는 법

영식이(가명·남·초5)의 아빠는 우리나라 최고대학을 졸업한 대학교의 교수이고 그의 엄마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도 영식이는 어릴 적 언어습득이 늦었다. 글을 읽기 싫어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따라가기 벅차하며 사회성 발달 또한 부족하여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또래의 다른 아이에 비해 모든 부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는 영식이가 어떤 부분에서는(레고나 블록 등) 뛰어난 모습을 보여 '조금 늦된 아이'라 생각하고 그 동안은 공부를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집안 분위기가 원래 학문적이고 조용한데다 영식이가 독자여서 혼자 놀다 보니 '친구 사귀는 법을 몰라서 학교생활이 원활하지 않다'라고 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점점 문제가 생기는 횟수가 늘어나다가 고민 끝에 주위의 권유로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검사결과 영식이는 좌뇌에 특화되어 있는 언어중추가 우뇌의 탁월함에 비해 현저히 약했고, 운동과 출력을 담당하는 소뇌의 기능 또한 많이 약했다.

두뇌발달과정에서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 비해 언어중추의 발달이 조금 늦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초등 3학년 정도에서는 자연스럽게 차이가 많이 줄어든다.

하지만 쉽게 차이가 줄어들지 않는 아이들은 난독증이나 주의력결핍, 좌·우뇌 편차 등을 검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아이들은 다행히 이런 기질적인 두뇌의 문제는 없어서 학년이 올라가며 '늦게 트이면서' 정상적인 공부와 생활이 회복되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런 행운을 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영식이의 부모는 아빠의 말이 늦었던 성향을 이어받은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금까지 기다렸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 때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면 해결될 거라는 믿음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돼버린다. 현재의 학습체계와 학교시스템을 생각해보면 조금만 삐끗해도 다시 따라잡기가 힘이 들만큼 타이트하지 않은가.

청 지각과 운동표현적인 난독증 프로그램을 1주일에 2-3회씩 10개월간 잘 수행한 영식이는 언어와 학습뿐만 아니라 운동도 잘 되니까 자신감이 충만하여 친구들과 축구를 즐기고 있다.

두뇌의 기능은 뇌세포들을 연결하는 뉴런(신경세포)이 얼마나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구성되는가에 많이 좌우된다. 어느 특정부위에서 뉴런이 부족하고 비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해당부위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마치 자동차의 한쪽 바퀴가 네모진 것과 같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이때에는 그 바퀴를 정비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냥 놓아두더라도 '늦게 트이는' 아이들은 두뇌의 각 부위의 발달은 잘 되어있지만 주고 받는 서로의 정보를 조화시키는 기능이 약한 것이므로 교육을 하면서 기다리면 나아질 수 있다.

네모진 바퀴를 가진 아이는 학교나 학원에서 열심히 달리려고 해도 과부하만 걸리고, 빨리 달리려 하면 할수록 계속해서 덜컹거림만 커지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자녀들이 학습발달이 뒤처진다고 느껴질 때 또는 아이가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조기에 그 원인을 파악하여 '늦게 터지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HB두뇌학습클리닉 대전본부 소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