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스마트 시대 앞서가기

출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때로는 집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똑똑하게 일하자'는 의미의 워크스마트(Work smart)가 국내 기업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워크스마트 적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인식했던 기존의 업무관행을 자율 출퇴근제, 원격·재택근무 등의 워크스마트 방식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워크스마트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과 실천 전략, 사례 등을 통해 '똑똑하게 일하기'의 방향을 탐색해 본다.

◇워크스마트가 필요하다='열심히 일하자'(워크하드·Work hard)던 외침이 '똑똑하게 일하자'(워크스마트·Work smart)는 말로 바뀌고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열심히, 오래 일하던 기존의 업무관행에서 벗어나 보다 창조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워크스마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행한 원격근무(스마트워크·Smart Work) 정책도 일조했다.

이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도 매우 긍정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 임직원 17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가 워크스마트를 통해 업무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81%는 워크스마트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인식해 워크스마트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워크스마트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41%가 '관행 및 조직문화'를 지적해 워크스마트 실현에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뒤를 이어 '경영진·상사의 의식'(29%), '인사제도 및 업무처리 절차'(13%), '개인의 전문성 부족'(7%)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무공간에 대해서는 응답자 57%가 '보통 수준'이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했는데 특히 '실내온도·환기'와 '소음진동'이 각각 30%와 18%로 환경적 요인이 불만요인으로 제기됐다. 창의적으로 일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공간으로는 '업무집중 공간'(39%)과 '휴식 공간'(32%)을 들었다.

시간 관리 영역에서는 대부분의 국내 직장인이 시간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그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27%가 만성적인 잔업에 시달리고 있었고 시간 통제감이 낮은 경우 그 비중이 47%까지 높아졌다.

응답자의 80%는 원격근무, 자율적인 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겠다고 답해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편 불필요한 업무의 비중이 20%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0%에 달했고 '장시간 회의문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워크스마트 실천 전략=워크스마트 실현 방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공간관리와 시간관리, 성과관리 등의 혁신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사무공간은 대부분 개방적인 형태를 보이는데 조직구성원 간 소통에는 적합하지만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개방형 사무공간에 대한 개념은 명확히 하되 일부 변화를 통해 개인화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대표적으로 '핫 데스킹'(Hot desking)은 개인책상을 없애고 책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그때 그때 위치와 구성이 바뀌며 소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일시적으로 팀을 구성할 때도 별도의 재배치 없이 곧바로 실행할 수 있다. 이 때 개인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집중근무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관리의 가장 큰 목표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창조적인 작업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동료 간 상호작용 없이 집중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집중시간제', 잔업을 없애고 정시 퇴근을 강제하는 '타임오프(Time off)제',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출근하는 '자율출근제' 등을 그 방안으로 제시한다.

성과관리 측면에서는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자체를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성과관리의 기준을 기존에 '얼마나 장시간 일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했느냐'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성과를 보상할 때도 비금전적인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워크스마트 실현 사례=국내서 워크스마트를 실현하는 기업은 아직까지 대규모 기업에 국한돼 있다.

최근 KT는 국내외 전문가들과 한 '스마트워크 앤 스마트라이프'라는 주제로 스마트워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해 4월부터 직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적용해온 스마트워크 운영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매달 4000여명의 직원이 스마트워킹센터나 재택근무를 이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1인당 94분의 출퇴근 시간을 절감하며 연간 26년의 시간을 절약한 효과가 발생했다.

KT는 현재 수도권 15개, 대전 1개 등의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 중이고 일반 기업을 위한 '올레 스마트워킹센터' 구축에도 나섰다.

본격적으로 워크스마트를 실현 중인 삼성전자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장시간 근로로 명성(?)을 떨치던 삼성전자는 오전 6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출근해 9시간을 근무하고 퇴근하는 자율출근제를 도입하면서 종전 근무관행을 파괴해왔다.

지난 달에는 DMC연구소와 반도체연구소 등 연구인력 4000명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루 최소 4시간만 근무하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업무공간의 유연성을 높이는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핫 데스킹 80%를 원칙으로 스마트오피스 환경을 구축하고 별도의 집중 업무공간도 마련했다. 스마트워크 환경은 직원의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줘 스마트패드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종이문서 사용량도 80%이상 줄었다는 것이 유한킴벌리 측의 설명이다.

김예지 기자 yj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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