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다운군 대학 포기한 채 구체적 인생설계

이군의 방은 '리틀 카페'다. 친구들로부터 받은 선물들이 대부분 커피와 관련된 물건들이 많아 카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카페베네 둔산중앙점에 가면 이다운(19·서구 갈마동·사진)군을 만날 수 있다.

이 군은 세계적인 바리스타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며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당초 이 군은 인문계고교 입학 후 누구나 똑같이 준비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평범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밭고 2학년 때 바리스타에 매료돼 이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았다.30대 후반까지 구체적인 삶의 계획을 담은 '인생계획서'를 내밀었던 게 주효했다.

어머니 김모씨는 "앞으로 매월 벌 돈의 구체적인 액수부터 관련 분야 공부 및 유학 등까지 아이가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서를 작성한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며 "계획서를 보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분야를 밀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말 주변 친구들이 대학 원서를 쓰느라 고민할 때 이 군은 한 달간 자전거로 일본 여행을 하며 비전을 향해 담금질을 했다. 그의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결국 전국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카페베네에 입사하게 된 것.

일정한 교육을 끝마친 뒤 이 군은 카페베네 둔산중앙점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타고난 성실함과 커피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이 군은 사내 교육 때 최연소 반장을 맡았고, 사내 음료부문 창의적 아이디어 공모에서 전국 2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 군은 현재 이 커피전문점의 어엿한 부점장이다. 사내 전국 최연소다. 이마저도 가장 단기간에 이룬 초고속 승진이다.

고2 때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 경력까지 치면 불과 2년여 만에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아르바이트 때는 힘든 일도 많았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다른 커피전문점에서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커피전문점인 아리스타(둔산동) 한지선 사장이 이 군이 쓴 구체적인 자기소개서를 본 뒤 비전이 보여 허락했다. 한 대표가 이 군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 준 셈이다.

이 군은 오는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KBC(한국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 참가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고졸 출신인 이 군의 꿈은 세계적인 커피체인점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못 다한 공부도 하고 프랑스에 유학하는 꿈도 그리고 있다.

이 군은 "꿈이 있는 한 길은 열려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늘 새기며 내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최태영 기자 tychoi@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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