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북이면 유영미씨 남편·세딸 설득해 두아들 입양 배려·사랑 가르치며 인성교육… 다재다능한 끼 발휘

 자신이 낳은 딸 셋을 모두 키우고 두 아들을 또다시 입양해 키우고 있는 유영미(50) 씨가 두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이 큰 아들 다니엘, 오른쪽은 사무엘.   김규철 기자
자신이 낳은 딸 셋을 모두 키우고 두 아들을 또다시 입양해 키우고 있는 유영미(50) 씨가 두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이 큰 아들 다니엘, 오른쪽은 사무엘. 김규철 기자
자신이 낳은 딸 셋을 다 성장시킨 후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어머니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결혼 전부터 장애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유영미(50·충북 청원군 북이면)씨는 신혼 초 시댁 마을의 이웃집에서 형편상 아이를 학교를 보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이 아이들을 입양하자고 남편 김성래(51) 씨에게 말했지만 남편은 "뱃속으로 낳은 아이가 아니면 안된다"고 반대했다.

남편의 반대로 이들을 입양하지 못한 유 씨는 입양에 대한 소망을 갖기 시작했고 세 딸들에게도 "너희들에게는 동생 둘이 더 있다"며 입양에 대한 비전을 보여줬다.

평소 인성교육을 중요시해온 유 씨는 자녀들에게 공부보다는 남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가르쳤으며 자신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관에 대한 교육을 우선했다. 또한 부모로써 검소한 생활과 성실한 자세, 돌과 흙 하나도 함부로 하지 않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입양에 대해 어떠한 환경에서 출생했든지 생명의 소중함은 지켜져야 하며 아이를 낳은 부모를 위해 기도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유 씨는 지난 2009년 1월 지인으로부터 음성 꽃동네 소망의 집에 있는 어린이를 며칠간만 데리고 있어보라는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가 4살 박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퇴근한 남편은 자신과 상의도 없이 낯모르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 것에 넋을 잃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 씨의 손에 이끌려 낯선 집에 온 아이는 새벽에 출근해 안부전화를 한 남편에게 "아빠! 아빠!"라고 부르며 사랑을 표현했고, 결국 미사에 참석한 남편은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우리가 입양하면 안될까?"라는 말로 동의했다.

유 씨 부부는 즉시 아이에게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아이는 정식으로 가족이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일본에 있던 큰 딸 유니(도교 숭심여대 국제학과 4년 재학 중)은 "하느님께서 어머니의 기도를 들어주셨네요"라며 울음을 터뜨리며 축하해줬고 둘째 루비아와 셋째 미래나도 "드디어 동생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원 부모에게 버려지고, 이전에 입양을 받았다가 파양을 당하는 등 상처로 얼룩진 다니엘은 유 씨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다니엘은 입양 후 1년 동안이나 소변을 가리지 못했고 심지어는 자신을 입양한 유 씨에게 대드는 등 반항적인 행동을 계속했다.

유 씨는 이때 난생처음 후회를 했다. 유 씨는 "내가 왜 입양을 한다고 했나하는 후회를 잠시 동안 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고 하늘에서 보낸 자식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렇게 다니엘을 키우던 유 씨는 지난해 남편에게 또 다시 아이를 입양하자고 제안, 남편과 함께 꽃동네를 방문해 둘째아들 사무엘(4)을 또 다시 입양해 다섯 자녀의 어머니가 됐다.

유 씨는 "내가 낳은 자식들은 엄하게 키워 자립심을 길렀지만 입양한 아이들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는 생각에 더 소중하게 키운다"며 활짝 웃었다.

부모는 물론 누나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다니엘과 사무엘은 더 이상 어두운 표정을 갖지 않고 여느 가정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활짝 웃으며 생활하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유 씨는 지난 4월 초 천주교 청주교구 유지재단에서 공모한 생명수호체험수기에 다니엘과 사무엘의 입양과정부터 생활하는 이야기를 담은 수기 '가장 소중한 다니엘 사무엘'로 응모해 대상을 수상,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온 어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유 씨 부부의 아들이 된 다니엘은 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다재다능한 끼를 보이고 있다.

다니엘은 "엄마가 많이 사랑해주셔서 좋다"며 "신부님이 돼서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니엘과 사무엘은 어머니 유 씨의 볼에 뽀뽀를 하면서 모자간의 사랑을 과시했다.

유 씨는 "내 자식, 내 핏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모두 소중한 것"이라며 "한 가정에 한 아이씩만 입양한다면 아동보호시설은 필요없게 된다"고 입양을 권했다.

청원=김규철 기자 qc258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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