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희망일기 - 보령 김흥제·주신옥 부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작은 정성이나마 보탠 것 뿐입니다."

짠돌이라 불리며 평생 모은 재산 15억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김흥제·주신옥 80대 노부부는 "가정이 어려워 배우지 못한 한이 있어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 놓았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군 외산면이 고향인 김흥제(84)·주신옥(80) 부부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20대 시절을 고향을 떠나 무일푼으로 보령에 건너와 목재소를 운영하면서 구두쇠, 짠돌이 라는 주위의 평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평생을 나무를 깎으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왔다.

타향에서 힘들게 목재소를 운영하면서도 성실과 근면을 좌우명으로 고객과의 약속은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노부부는 지역주민들에게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얻으며 재산을 모으게 됐다.

어린 시절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으로 여겼던 부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녀 교육에 헌신해 4남매를 의사, 교육자 등 사회 지도층으로 훌륭히 키웠다.

큰 아들 동헌씨(58)는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작은 아들 동문씨(50)는 교향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교육자로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어 아버지의 뒤를 이을 만하다는 칭송까지 받고 있다.

자녀 교육을 마친 노부부는 마지막 재산을 지역사회의 후학 양성을 위해 만세보령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이들 부부가 장학금으로 내놓은 재산은 무려 15억 상당, 현금 5억 원과 보령시 동대동 금싸라기 땅 6필지 10억원 상당으로 "지역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이제야 돌려주는 것 뿐"이라며 자신들이 기부한 사실을 세상에 요란스럽게 알려지지 말기를 부탁하는 겸손까지 베풀었다.

단돈 100원도 헛되게 쓰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 매며 모아두었던 땅 모두를 생활이 어려워 배우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은 노부부의 이웃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며, 기념사진 한 장 촬영에도 고개를 저으며 "작은 정성일 뿐이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의 환한 모습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참 모습이었다.

김씨가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탁한다는 사실에 부인 주신옥씨는 선뜻 그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줬고, 자녀들도 부모님의 뜻에 흔쾌히 따랐다.

노부부의 선행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자신들에게는 늘 엄격하면서도 절제된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는 한없이 후해 장사가 안된다며 어려워하는 세입자에게는 몇 개월 혹은 몇 년의 임대료를 탕감해주는 호탕함을 보였으며, 마을경로당의 겨울 난방비를 지원하는 등 이시대의 빛과 소금이 되곤 했다.

주위에서는 김씨 부부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정도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다. 고향에 대한 사랑과 향수도 남달랐다.

물이 부족한 고향마을을 위해 우물을 파 주는가 하면 마을회관 건립에도 앞장서고 경로당 겨울 난방용 기름도 수시로 대 주는 가하면, 고향어르신들을 위해서도 틈틈이 고향을 방문해 도움을 주곤 한다.

김흥제씨는 "힘들었던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한창 공부할 나이에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생전에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장학금을 기부하게 됐다"며 "일평생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소망을 이제야 실천하게 돼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재)만세보령장학회는 김씨 부부의 고귀한 뜻에 따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며 최선을 다해 생활하는 학생들을 선발해 노부부의 뜻과 마음을 담아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보령=최의성 기자 cnces@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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