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당선자 릴레이 인터뷰-⑥ 대전 서구을 민주 박범계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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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재필 정치행정부 차장

대전 서구 을 지역구에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민주통합당 박범계 당선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인생의 궤`를 살아온 대표적 `친노 인사`다. 박 당선자는 지난 200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 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확정 된 뒤 정치적 시련을 겪자 과감하게 법복을 벗어 던졌다. 그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후보 낙마를 위해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해 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후단협)를 만드는 등 신의 없는 정치판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신념아래, 현직 판사의 길을 접고 정치권에 입문했다. 박 당선자가 대전지법 판사직을 사직한 후 바로 달려간 곳은 노무현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였다. 이 자리에서 박 당선자는 당시 노무현 대선 후보와 10여 년만에 재회를 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박 당선자는 노 대통령 당선 후, 선대위 법률특보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청와대 민정·법무 비서관 등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할 당시만 해도 박 당선자의 정치 여정은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박 당선자가 청와대를 나와 대전 서구 을 지역구에 `둥지`를 틀면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이 같은 그의 삶은 어찌 보면 재야 활동 후 13대 국회에 입성, 부침을 겪으며 막판 대선 성공의 꿈을 이룬 노 전 대통령의 그것과 유사하다. 지난 8년여간 네 번의 도전 끝에 국회 입성의 금자탑을 쌓은 박 당선자의 회한이 그 어느 당선자 보다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 당선자는 22일 대전 서구 둔산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갖은 대전일보와의 대담에서 "이번 총선을 비유해 표현하자면 고목나무의 밑둥이 잘려나갈 상황에서 서구 구민들이 저에게 물을 흠뻑 주신 것과 같은 상황이다. 고목나무의 꽃이 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라며 "너무 너무 감사 드린다. 사법고시 합격할 때 이상으로 더 감사하고 기뻤다. 이제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정말 서구 을과 국가를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며 정치 여정에 대한 회한을 가감 없이 피력했다.

박 당선자의 어린시절은 가난으로 점철된 유년기를 보냈던 노 대통령과 닮았다. 한 쪽 팔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안고 35년 전 행방불명된 아버지 없이 5남매를 길러낸 어머니가 안타까워 고교 시절 다니던 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박 당선자는 막노동과 사법시험 공부를 병행했던 노 대통령 처럼 `오뚝이`와 같이 자신의 삶을 일궈 나갔다.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후 24살 늦깎이로 연세대 합격, 87년 6월 항쟁 참여, 사법고시 합격 등 박 당선자의 삶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점철됐다.

박 당선자는 2002년 정치 입문 후 국회의원 배지를 가슴에 달기 까지 10년을 하루처럼 달려왔다. 민주당 중앙당에서 서울에 출마해 상대적으로 쉽게 국회에 입성하라는 권유도 수차례 있었지만 따르지 않았다. 오로지 서구 을 지역민의 심판을 받기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지난 2004년 고 구논회 전 의원과의 경선 패배, 2007년 보궐선거 민주당 무공천, 2008년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선거에서 패배를 맛보는 등 아픔의 연속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네 번째 도전 끝에 영광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 같은 정치 여정으로 박 당선자는 남보다 큰 포부도 갖고 있다.

박 당선자는 "박범계 만이 할 수 있는 정치가 있다. 돈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명예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한국정치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깨끗함과 어렵더라도 소신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또 정치도 전문의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모범이 되겠다.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원칙과 가치를 국회를 통해 실현하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옳은 말 바른 말을 하는 정치인이지만 감정이 상하지 않게 부드럽게 촌철살인을 하는 정치인이고 싶다"면서 "언제나 수요자인 시민들이 저를 볼 때 `프로 정치인`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처신하겠다. 초심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자는 민주당내 대권주자들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부산의 문재인 당선자와는 참여정부 시절 함께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등 가족과 같은 끈끈한 연이 있고, 김두관 경남지사와는 지난 2007년 대선 예비후보 당시 비서실장을 했었다. 또 손학규 전 대표와는 시당위원장으로 호흡을 맞췄었다. 야권의 주요 인사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는 박 당선자가 충청과 중앙을 잇는 가교가 돼, 지역과 국가를 위해 어떤 일을 해낼 지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정리=성희제 기자 topshj@daejonilbo.com

■ 박범계 당선자 주요공약은

▲ 과학벨트 성공위한 벤처기업청 설립

▲노후 아파트 수직 증축 허용

▲시간제 주정차로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 은행 설립

민주통합당 박범계 당선자는 대전지역 최대 현안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의 성공을 담보할 벤처기업청 설립과 지역구의 최대 현안인 아파트 공동화 방지를 위한 노후 아파트 수직증축 허용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는 과학벨트에서 만들어진 성과물을 지식산업으로 연계 발전 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내 벤처기업의 창업과 경영을 지원할 국가기관 설립, 대전을 미국 실리콘 밸리에 견줄만한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역내 대다수 아파트가 준공 후 15년 이상 노후된 점을 감안, 수평 증축만 허용된 것을 수직 증축까지 허용토록 법제화해 입주민 개개인의 재산가치 상승에 기여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밖에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시간제 주정차 허용과 노인 전용 종합 스포츠센터 건립, 지역은행 설립 등을 약속했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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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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