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로 홍성 문당권역 추진위원장

주형로 위원장은 충남 홍성군에 최초로 오리농법을 도입해 홍성환경농업마을 영농조합을 이끌고 있다. 1994년 약 2만9700㎡(9000평) 규모의 논에서 오리농법을 시작해 이듬해 19농가가 10만5270㎡의 단지에 오리 농법 작목반을 결성하는 등 지역에 오리농법을 본격적으로 확산시켰다.

현재 홍성군 전체적으로는 600농가가 660만㎡의 유기농 쌀을 재배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주 위원장으로부터 마을 만들기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홍성 문당권역 마을 만들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후반 일본에 가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계획을 세워 마을을 가꾸는 모습(마치즈쿠리)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우리나라의 농촌마을도 일본 마을처럼 시도하면 살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한국에 돌아와 연구를 시작했다. 약 2년여의 계획을 거쳐 2000년 마을 100년 계획을 완성했고 이를 차근차근 시행하기 시작했다.”

-시작이 어렵지는 않았나?

“우리나라의 많은 시골마을에서 마을만들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계획과 준비를 소홀히했기 때문이다. 준비만 되면 충분한 지원이있다. 실제로 정부에서 농촌에 퍼붓는 돈이 너무 많다. 그걸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제대로 구상만 한다면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다. 대부분 마을이 계획 없이, 정부지원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기 때문에 밑빠진 독에 물 붓는 형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주민들이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 것도 고맙다. 우리 마을은 사업 시작하기 12년 전부터 자조금 형태로 2억4000만원 가량의 돈을 모아놨었는데, 이를 활용해 문당리 마을 땅을 샀다. 그리고 이 땅에서 수익을 내면 당시 출자를 한 사람들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했다.”

-진행과정에서 주민들 간 갈등은 없었나?

“사업 초기 유기농으로 수익성이 올라가다보니 이웃 간 관계가 깨지더라, 사업자별로 생산물을 팔면서 서로 유명해지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마을은 생산물을 지역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을에서 생산하면 같은 가격을 받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 혼자 팔면 쌀값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지만 이를 포기하고 같은 가격에 받고 있다”

-마을사업을 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일단 외부에서 찾아오는 마을이 됐다. 유기농업으로 성공하자 귀농하는 인구는 물론 우리 마을의 성공을 배우고자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하러 오고 있다. 연간 3만명 이상의 농가가 우리 마을을 찾아 교육을 받는다. 우리 마을이 유기농산품 생산마을을 넘어 교육적 가치를 지닌 농촌 체험마을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농촌마을이 어려운 이유는 농업의 교육적 가치가 무시된 채 지원만 계속했기 때문이다. 농업을 살리려면 끊임없는 교육과 혁신,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마을은 스스로 자립하고 혁신의 주체가 된 마을이 됐다.”

-행정지원은 어떤 식으로 받았고, 문제는 없나?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단계별 지원이 돼야 한다. 우리 마을의 경우 2002년 2억원 규모의 사업지원을 받아 이를 성사시킨 뒤 2004년 19억, 2005년 70억 등 단계별로 지원을 받았다. 소규모 사업을 진행하며 마을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한 뒤 더 큰 사업을 시행해 사업 성공률을 높였다. 이런 방식으로 농촌지원 사업이 진행돼야 사업성도 높이고 예산낭비도 줄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지양해야 할 것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행정가들이 그림을 그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마을의 요구에 의해 사업이 진행돼야 사업이 성공하는 것이지 행정에서 모델을 만들어 제시해봐야 다 실패한다. 전국적으로 그렇다. 농촌 마을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않는 사람들이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행정에서 발주한 용역에 맞춰 모델을 만들다보니 500만원 짜리 용역이면 500만원어치만, 1억원이면 그만큼만 하고 끝난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뒷 편에 서있다.”

- 지역의 리더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지역의 현안을 발굴하고 이끌어갈 마을 리더 육성 사업이 필요하다. 현재도 기반은 충분히 있다. 예컨대 농민회나 농업경연인회, 친환경 농업연합회 등 이런 조직을 활용해 지역 리더로 육성할 수 있다. 이들에게 운영비와 교육비 등을 주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행정은 이들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 과거 일부 조직들이 정부지원을 떼먹는 등의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행정에서 관리를 잘 못했기 때문이다. 감사를 강화하면 된다. 그래서 잘하는 단체는 더주고, 그렇게 경쟁력을 강화해 선발육성한다면 지역 리더 육성도 한층 수월하게 진행 될 것이다.”

-충남형 마을만들기 사업이 나가야 할 방향은?

“충남을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홍성의 경우 내년도 쌀이 벌써 판매가 끝났다. 특히 이제 전국적으로 학교 급식이 시작되는데 이를 잘 이용해야 한다. 전남의 경우 5년전부터 도지사 주도로 친환경 농업을 육성한 결과 현재 서울 127개 학교에 농산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그렇게 납품하는 지역은 전남밖에 없다. 충남도 하루빨리 친환경 농업에 엔진을 걸어 유기농의 메카로 만든다면 전국적으로 성장하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우리가 다 흡수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준 기자 joonzx@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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