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대전한방병원 호흡기면역내과 박양춘 교수

해마다 이 즈음이면 통계청에서 지난 1년간의 주요 통계지표에 대하여 발표를 한다. 지난 3월 7일 발표한 ‘2010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지속적으로 암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 수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999년 암사망률 1위였던 위암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2000년 10만명당 암 사망자 24.3명으로 1위를 차지한 폐암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9년에는 10만명당 암 사망자 30.0명으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폐암의 사망률이 다른 암에 비하여 높은 이유는 폐암이 초기 증상이 없으면서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특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미 병세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수술적 치료는 폐암을 조기 발견하였을 때 완치를 목표로 할 수 있어 가장 먼저 고려되는 방법이지만 현재 수술이 가능한 1-2기로 진단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20-25% 정도에 불과하다.

한의학에서 폐는 청숙(淸肅)을 담당하고 교장(嬌臟)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는 장기이자 외부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음으로 인해 손상받기 매우 쉬운 장기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담배연기를 비롯한 유해물질을 포함한 혼탁한 기운이 폐를 끊임없이 자극하게 되면 폐암을 비롯한 각종 폐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폐조백맥(肺朝百脈)이라고 하여 우리 몸의 모든 혈액들이 산소화 과정을 위해 폐순환을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연유로 폐에는 테니스코트 면적만큼의 혈관이 존재하고 그 만큼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의학에서 폐암은 폐적(肺積), 폐저(肺疽)의 범주에 해당하는데 발생 원인을 환경 및 외부요인인 육음(六淫)과 정신적 요인 및 음식・음주 등의 내상인자에 해당하는 칠정내상(七情內傷)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 인자들이 폐의 기능을 흐트러뜨려 기혈과 진액의 운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오래 쌓여 뭉치게 되면 폐에 종괴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한방치료는 체내 환경 개선과 면역기능의 향상을 목표로 약물치료 및 침구치료 뿐만 아니라 기공, 명상, 호흡법, 상담요법 등을 통한 심신의 안정을 중요한 치료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폐암세포에 대한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치료효과는 서양의학적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를 적용할 수 없거나 치료에 따른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폐암환자들에게는 한방치료가 서양의학과 상호보완적으로 또는 단독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폐암치료에 대한 한방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기초실험과 임상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방치료가 폐암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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