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님, 빨간 모자를 착용하시고…”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세 쌍둥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보호자께서는….”

미아찾기 안내 방송이 아니다. 백화점에서 불이 났을 때 들을 수 있는 화재 발생 전파용 은어방송이다.

언뜻 생각하면 백화점에서 불이 났을 때 “고객 여러분, 화재가 발생했으니 신속히 대피하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올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화재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초기단계에서 갑작스러운 안내방송으로 자칫 고객들이 동요를 일으켜 대피하다 압사사고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 직원들의 주의를 환기시켜 화재 확산 때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하기 위해서다.

화재 발생 시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의 은어방송은 저마다 다르다.

천안에서는 갤러리아백화점 천안점과 야우리백화점이 불이 났을 때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세 쌍둥이’를 암호로 사용한다. 화재방송이니만큼 다른 색깔 대신 ‘빨간 옷’이라는 힌트를, 일반적인 상황을 피하고자 흔치 않은 ‘세 쌍둥이’를 사용한 것.

대형할인매장의 경우 홈플러스 신방점도 ‘○○점장님, 빨간 모자를 착용하시고 ○○로 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는 등 모자 색깔로 각종 대피상황을 구분해 전파한다.

가스 유출은 가스배관의 색깔인 노란색을, 시설물 붕괴나 폭동 같은 특수 상황은 파란색을 사용하는 식이다.

물론 천안지역의 모든 대형유통매장에서 화재 발생 시 일괄적으로 빨간색을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화재와는 전혀 무관하거나 반대 어감의 색깔로 화재상황을 알리는 곳도 있다.

이마트는 ‘화재’라는 단어 대신 ‘둥지’라는 말을 사용해 각종 비상사태에 대처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화재가 막 발생했을 때 고객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빨간색처럼 오히려 화재를 떠올릴 수 있는 단어는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천안점도 화재와는 반대 어감이 있는 ‘푸른 신호등’이라는 단어로 직원들에게 화재 발생을 알린다.

천안=임정환 기자 eruljh@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