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매미 소리가 우렁차다. 매미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다. 학생들의 방학숙제인 곤충채집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여름 곤충의 대명사로 낭만적이기만 하던 매미가 요즘은 골칫덩이가 됐다. 주택가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국이 매미 소리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자연수 중에서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눠지는 1보다 큰 수를 소수(素數)라 부른다. 예를 들면 2, 3, 5, 7, 11, 13, 17, 19, 23 등이 그것이다. 소수는 자연현상이나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하게 이용된다. 흥미롭게도 소수를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수학자들이 아닌 곤충이다. 바로 매미다.

매미는 곤충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여름에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고, 알에서 부화한 매미의 유충은 땅 속에서 오랜 세월을 애벌레로 지내다가 성충이 된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유지매미와 참매미는 7년째, 늦털매미는 5년째에 성충이 된다. 매미가 산란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5년,7년,13년,17년이다. 이와 같은 매미의 생명주기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모두 소수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매미가 자신을 숙주로 하는 기생충의 생명주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설이다. 기생충의 수명이 2년이라면 매미는 2로 나누어 떨어지는 수명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종족 보존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생충의 수명이 3년이라면 3의 배수에 해당하는 수명을 피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진화해온 매미는 결국 기생충의 수명과 수명주기를 달리하는 방법이 소수로 사는 방법임을 터득한 것이다. 매미의 주기가 6년이고 기생충의 주기가 2년 또는 3년이라면 매미와 기생충은 6년마다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매미의 주기가 5년이라면 주기가 2년인 기생충과는 10년마다 주기가 3년인 기생충과는 15년마다 만난다. 즉 주기가 6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면 오히려 기생충과 만나는 간격은 길어진다. 주기가 17년인 매미의 경우 기생충은 매미의 수명을 따라가려 노력했으나 수명이 마의 벽과도 같은 16년에 이르러 향후 16곱하기17인 272년 간 매미를 보지 못하고 모두 멸종돼 버린 것이다. 매미는 소수가 종족보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동종 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소수 주기를 택했다는 설도 설득력이 있다. 매미들의 출현 주기가 겹치게 되면 먹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므로 가능하면 여러 종의 매미가 동시에 출현하지 않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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