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대전 동구 대별동 초지공원에서 산내공주말 디딜방아뱅이 재연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혜인 기자

"돌림병이다! 돌림병 쫓아라!"

이달 22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전 동구 대별동 초지공원.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기원하는 산내공주말 디딜방아뱅이 재연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민요와 난타, 전통무용이 무대에 오르면서 막을 열었다. 공원을 지나가는 주민들은 발길을 멈춰 세우고 사진을 찍고, 공연을 관람했다.

산내공주말 디딜방아뱅이는 동구 삼괴동 공주말에서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민속놀이다. 이웃 마을 디딜방아를 아낙네들이 몰래 훔쳐 와 마을 입구나 길목에 거꾸로 세워놓고 제의식을 거행, 전염병을 막고 이미 들어온 홍역 등을 물러가게 한다는 데서 유래됐다.

디딜방아뱅이는 1996년 처음 발굴, 몇 차례 시연을 마치고 매년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22회째다.

한복을 입고 머리에 두건을 두른 사람들은 제례를 위해 제단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삼헌관들이 차례로 앉아 술잔을 채우고 제향을 올렸다. 부녀자들은 커다란 방아를 찧다 동지 앞에 방아를 세워 굿을 올렸다.

구경하던 주민들은 저마다 소원을 빈다.

올해로 3번째 참여한다는 권모(89) 씨는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권 씨는 "몇 년 전 손주를 먼저 떠나보내고, 내가 욕심을 부려 벌을 받나 했다"며 "가족들 아프지 않고 몸 건강이 오래오래 사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상여에 방아를 싣고 액막이를 위해 공원을 돌며 춤을 췄다.

상여 출정이 끝난 후에는 주민들과 함께 음복과 고사 음식을 나누며 신명 난 사물놀이와 주민들의 노래자랑 등을 즐겼다.

산내공주말 디딜방아뱅이 재연행사는 전통문화 가치와 더불어 자유롭게 주민들이 참여, 지역 공동체 행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김인승 디딜방아액막이놀이보존회장은 "민속문화는 우리의 역사이며 곧 생활문화"라면서 "많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로 행사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로서 의미가 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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